세계 최고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

조반니 페레로: 누텔라를 넘어 초콜릿 제국의 레시피를 다시 쓰다

liet0 2025. 4. 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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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콤한 수수께끼: 페레로 그룹과 조반니 페레로

누텔라(Nutella)의 부드러운 달콤함, 킨더(Kinder) 초콜릿의 즐거운 놀라움,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의 황금빛 우아함. 이 이름들은 단순한 제과 브랜드를 넘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기쁨과 특별한 순간을 선사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알바(Alba)에서 시작된 페레로 그룹은 현재 170개국 이상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제과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거대한 '달콤한 제국'을 이끄는 인물은 바로 조반니 페레로(Giovanni Ferrero)다. 그는 그룹의 회장(Executive Chairman)이자 ,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약 438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여 이탈리아 최고 부호이자 세계 26위 부호로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나 금융 분야의 거물들이 각국의 부호 순위 상단을 차지하는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조반니 페레로는 제과라는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부를 일구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페레로 그룹의 핵심 제품들이 지닌 강력한 수익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성공적으로 이어져 온 가족 경영 모델의 독보적인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를 이끄는 페레로 가문은 극도로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업의 보안 수준이 NASA에 비견될 정도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조반니 페레로는 아버지와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룹의 단독 리더가 되었고, 이후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회사의 방향을 재설정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베일에 싸인 리더 조반니 페레로의 삶과 리더십, 페레로 그룹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그가 이끄는 페레로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심층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특히, 그가 전통적인 가족 경영 방식에 M&A라는 새로운 레시피를 추가하며 어떻게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기회와 위험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가시성과 가족 경영의 비밀주의 사이의 긴장감은 현대의 글로벌 가족 기업이 직면한 핵심적인 딜레마다. 수 세대에 걸쳐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기업이 지속가능성 및 지배구조와 같은 영역에서 투명성에 대한 요구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페레로 그룹이 최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관련 약속을 공개하는 모습 은 외부 압력 또는 조반니 페레로의 리더십 하에 현대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전통과 현대적 요구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2. 후계자의 여정: 조반니 페레로의 성장과 승계

조반니 페레로는 1964년 9월 21일,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역의 작은 마을 파리글리아노(Farigliano)에서 태어났다. 그는 페레로 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내고 누텔라, 킨더, 틱택 등 핵심 브랜드를 탄생시킨 아버지 미켈레 페레로(Michele Ferrero)와 어머니 마리아 프랑카 피솔로(Maria Franca Fissolo)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페레로 그룹의 창업주인 피에트로 페레로(Pietro Ferrero) 시니어다. 페레로 가문에는 안타깝게도 심장마비로 인한 요절의 역사가 있는데, 할아버지 피에트로 시니어(1949년 작고)와 작은할아버지 조반니 시니어(1957년 작고) 모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조반니의 유년기는 평범하지 않았다. 1975년, 그는 가족과 함께 벨기에 브뤼셀로 이주하여 유럽 학교(European Schools)에 다녔다. 아버지 미켈레가 아들들을 해외로 보낸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1970년대 이탈리아를 휩쓴 '납의 시대(Years of Lead)'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유명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 사건이 빈번했기에 아들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고, 다른 하나는 유럽 통합 시장의 부상을 예견하고 아들들이 유럽 대륙 어디에서든 활약할 수 있는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는 미켈레 페레로의 장기적인 안목과 후계자 양성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반니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주의 레바논 밸리 칼리지(Lebanon Valley College)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흥미롭게도 이 대학은 미국의 대표적인 초콜릿 회사 허쉬(Hershey) 본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교육 배경은 그가 훗날 페레로 그룹의 글로벌 확장, 특히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 공략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업을 마친 조반니는 유럽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가업에 참여했다. 그의 첫 임무는 벨기에에서 틱택(Tic Tac) 브랜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었다. 이후 독일에서 관리직을 경험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미국 등지에서 사업 개발 업무를 맡으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97년, 아버지 미켈레는 두 아들, 피에트로 페레로 주니어(Pietro Ferrero Jr.)와 조반니 페레로에게 그룹의 공동 CEO 자리를 물려주었다. 형인 피에트로가 주로 운영 및 물류 관리를 담당했고, 조반니는 마케팅과 창의적인 부문에 더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는 10년 이상 성공적으로 그룹을 이끌며 시너지를 창출했다.

그러나 2011년 4월, 페레로 가문에 또다시 비극이 찾아왔다. 형 피에트로 주니어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지원하던 중 자전거 사고로 인한 심장마비로 48세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는 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에 이어 또다시 심장마비로 리더를 잃은 사건이었다. 이로써 조반니는 페레로 그룹의 단독 CEO가 되었다. 아버지 미켈레는 201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룹의 회장직을 유지하며 아들을 지원했다. 아버지의 별세 후, 조반니는 2년간 CEO와 회장직을 겸임하며 그룹을 이끌었다. 가문의 반복되는 비극은 조반니에게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을 수 있다. 이는 훗날 그가 비가족 전문경영인을 CEO로 임명하고 자신은 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3. 달콤한 토대 구축: 페레로 그룹 이야기

페레로 그룹의 역사는 1946년,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역의 그림 같은 작은 마을 알바(Alba)에서 시작되었다. 창업주 피에트로 페레로 시니어(Pietro Ferrero Sr.)와 그의 아내 피에라 칠라리오(Piera Cillario)가 운영하던 작은 제과점이 그 출발점이었다. 피에트로의 동생인 조반니 페레로 시니어(Giovanni Ferrero Sr.)는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며 사업 확장에 기여했다.

페레로 그룹 성공 신화의 씨앗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어려운 시기에 뿌려졌다. 당시 전쟁으로 인해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공급이 부족해지자, 피에트로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에도 비슷한 이유로 초콜릿 가격이 폭등했을 때 이탈리아 토리노의 쇼콜라티에들이 헤이즐넛을 사용했던 역사적 사실에 주목했다. 피에몬테 지역은 헤이즐넛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곳이었고 , 피에트로는 이 지역 특산물인 헤이즐넛을 활용하여 부족한 카카오를 대체할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구운 헤이즐넛에 코코아 버터, 식물성 기름, 코코아 파우더 등을 섞어 '잔두야(Giandujot)'라는 고체 형태의 페이스트를 만들었고 , 이는 곧 빵에 발라 먹기 좋은 스프레드 형태인 '수페르크레마(Supercrema)'로 발전했다. 수페르크레마는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고, 이는 페레로 그룹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1949년 창업주 피에트로 시니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 그의 아들 미켈레 페레로(Michele Ferrero)가 사업을 이어받았다. 미켈레는 아버지의 유산을 바탕으로 페레로 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핵심 인물이다. 그는 1964년, 수페르크레마의 레시피를 개선하고 이름을 '누텔라(Nutella)'로 변경하여 재출시했다. 누텔라는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페레로 그룹의 대표 브랜드이자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미켈레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1956년 독일, 1958년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고 , 1968년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킨더 초콜릿(Kinder Chocolate)', 1969년에는 상쾌한 민트 캔디 '틱택(Tic Tac)', 1982년에는 고급스러운 프랄린 초콜릿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를 출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다각화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과감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미켈레는 페레로 그룹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페레로 그룹의 성공은 단순히 혁신적인 제품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온 확고한 기업 철학과 핵심 가치가 그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페레로 그룹은 품질(Quality), 신선함(Freshness), 소비자 중심(Consumer Focus), 투명성(Transparency)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사코 코노슈토(Sacco Conosciuto)', 즉 '봉지 속 내용물을 안다'는 원칙은 원재료 선택부터 생산, 유통 전 과정에 걸쳐 엄격한 품질 관리와 추적 시스템을 운영하는 페레로의 집념을 보여준다. 또한, 직원과 지역 사회, 환경에 대한 존중과 책임(Respect & Responsibility)을 강조하며 , 윤리적인 경영(Integrity & Moderation)과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에 대한 열정(Passion for Research,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페레로 재단(Ferrero Foundation)의 모토인 "Work Create Give (일하고 창조하고 기부하라)"에 집약되어 있다. 'Work'는 근면과 헌신을, 'Create'는 혁신과 창조를, 'Give'는 사회적 책임과 나눔을 의미한다. 페레로 그룹은 퇴직 직원을 위한 복지 시설 운영(페레로 재단) ,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의 사회적 기업 육성(미켈레 페레로 기업가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이 모토를 실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페레로 그룹의 경영 활동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린 핵심 DNA이며, 브랜드 명성과 직원 충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페레로 그룹은 누텔라, 킨더(초콜릿, 서프라이즈, 부에노, 조이 등), 페레로 로쉐, 틱택, 몽셰리(Mon Chéri), 라파엘로(Raffaello)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강력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01년 기준으로 이미 13개의 브랜드가 각각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후 M&A를 통해 포트폴리오가 더욱 확장되었음을 고려할 때 현재는 그 수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페레로 그룹의 주요 브랜드

 
브랜드
카테고리
주요 시장
특징
누텔라
스프레드
전 세계
상징적인 헤이즐넛 스프레드, 주요 매출원
페레로 로쉐
프랄린
전 세계
프리미엄 포지셔닝, 독특한 황금 포장
킨더
초콜릿
전 세계
서프라이즈, 부에노, 조이, 초콜릿 등 포함
틱택
민트
전 세계
휴대용 민트 캔디
기타 브랜드
다양
다양
몽셰리, 라파엘로 등

 

이처럼 강력한 자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페레로 그룹의 과거 성공을 증명하는 동시에, 조반니 페레로가 왜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외부 브랜드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이해하는 배경이 된다.

 

4. 전략가 회장: 조반니 페레로의 리더십과 비전

2011년 형 피에트로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단독 CEO로서 그룹을 이끌던 조반니 페레로는 2017년, 중요한 리더십 변화를 단행한다. 그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 그룹의 회장(Executive Chairman)직을 맡고, 페레로 그룹 역사상 최초로 비(非)가족 구성원인 라포 치빌레티(Lapo Civiletti)를 CEO로 임명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과 혁신에 집중하고자 하는 조반니의 의지가 있었다. 그는 회장으로서 그룹의 장기적인 방향과 전략을 검토 및 승인하고, 새로운 사업 방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정의하는 역할에 집중하며, CEO인 치빌레티는 단기 및 중기적인 성과 달성에 주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특히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한 M&A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그룹 운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동시에 가족 경영의 핵심 가치와 장기적인 비전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조반니 페레로의 리더십 스타일은 '비전 제시형'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페레로 가문의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 품질, 혁신,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인터뷰와 보고서를 통해 페레로 그룹이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직원, 지역 사회, 환경을 배려하는 '선의의 힘(force of good)'으로 작용해야 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직원들의 필요에 귀 기울이는 것이 상호 이익이 되는 사회적 결속을 다진다고 믿으며 , 가족과 같은 기업 문화와 가치를 계승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 중심적 리더십은 특히 M&A를 통한 급격한 확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 혼란을 최소화하고, 기존 직원들의 사기와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성장 전략과 전통적인 윤리 및 공동체 중심 정체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그의 노력은, 이해관계자들의 이탈을 막고 신중하게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적인 리더십 전략일 수 있다.

지속가능성과 윤리 경영은 조반니 페레로 리더십의 핵심 축이다. 그는 지속가능성이 그룹의 장기 전략에 내재되어 있음을 분명히 하며 , 책임감 있는 원재료 조달(카카오, 팜유, 헤이즐넛 등), 환경 보호(기후 변화 대응, 포장재 개선, 수자원 관리 등), 책임감 있는 소비 촉진, 인권 존중 및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증진 등 다방면에 걸쳐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페레로 그룹은 매년 상세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며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 차별과 괴롭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혁신 또한 조반니 페레로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다. 그는 혁신이 페레로 DNA의 중심이라고 믿으며 ,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독창적인 제품과 생산 공정 개발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며, 디지털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5. 성장을 위한 새로운 레시피: 조반니 페레로 시대의 M&A 전략

조반니 페레로의 리더십 하에서 페레로 그룹은 중대한 전략적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 아버지 미켈레 페레로가 고수했던 유기적 성장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그룹의 전통을 깨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제과 시장의 치열한 경쟁 환경이 있다. 조반니 페레로는 마즈(Mars), 몬델리즈(Mondelez)와 같은 거대 경쟁사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기존의 강력한 브랜드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특히 북미 시장) ▲새로운 카테고리 진출(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건강 스낵 등)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조반니 페레로 체제 하에서 이루어진 주요 M&A는 다음과 같다.

 

조반니 페레로 리더십 하의 주요 인수합병 (2011년 이후)

 
인수 연도
피인수 기업/사업부
국가
카테고리
인수 금액(추정)
2015
손튼 (Thorntons)
영국
초콜릿
1억 7천만 달러
2017
패니 메이 컨펙션스
미국
초콜릿
1억 1천5백만 달러
2017
페라라 캔디 컴퍼니
미국
설탕 과자
약 13억 달러
2018
네슬레 미국 제과 사업부
미국
초콜릿, 설탕 과자
28억 달러
2019
켈로그 쿠키/과일 스낵 사업부
미국
비스킷, 스낵
13억 달러
2020
잇 내추럴 (Eat Natural)
영국
건강 스낵/바
비공개
2020
폭스 비스킷 (Fox's Biscuits)
영국
비스킷
2억 5천만 파운드
2021
버튼스 비스킷 컴퍼니
영국
비스킷
약 3억 6천만 파운드
2022
풀필 뉴트리션 (FULFIL Nutrition)
아일랜드
단백질 바
비공개
2022
웰스 엔터프라이즈
미국
아이스크림
비공개
2023
프레시스템 그룹 (Fresystem)
이탈리아
냉동 베이커리
비공개
2024
노니스 베이커리 (Nonni's Bakery)
미국
비스코티
비공개

 

이러한 M&A 활동은 특히 미국과 영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히 신흥 시장 성장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핵심 선진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보여준다. 페레로는 인수한 자산들을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슬레의 캔디 사업부를 기존에 인수한 페라라 캔디 컴퍼니와 통합하여 북미 지역 캔디 사업 허브를 구축하는 식이다. 또한 인수를 통해 아이스크림, 비스킷, 건강 스낵 등 새로운 카테고리로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M&A 전략에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페레로 로쉐와 같은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높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덜 프리미엄적인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다양한 기업 문화를 가진 회사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 그리고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전통적인 캔디나 쿠키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일부 인수 건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CTH Invest와 같은 별도의 투자 회사를 설립하여 일부 인수를 진행하는 모습은 고도화된 재무 구조화 전략을 시사한다. 이는 핵심 페레로 그룹을 특정 거래나 다각화와 관련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다양한 유형의 자산을 관리하거나, 세금 및 재무 보고를 최적화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

현재까지 조반니 페레로의 M&A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공격적인 인수는 그룹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2022/23 회계연도 20.7% 성장, 2023/24 회계연도 8.9% 성장) , 미국 제과 시장 3위 등극과 같이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기간 동안 조반니 페레로 개인의 자산 역시 크게 증가했다.

 

6. 이탈리아 최고 부호: 조반니 페레로의 개인적인 면모

조반니 페레로는 페레로 그룹의 성공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이탈리아 최고 부호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포브스는 2024년 그의 순자산을 438억 달러로 추정하며 세계 26위 부호로 선정했고 , 블룸버그 등 다른 기관들의 평가 역시 그가 세계 최상위권 부호임을 확인시켜 준다.

조반니 페레로 자산 현황 (포브스 데이터 기준)

 
연도
순자산 추정치 (USD)
세계 순위
이탈리아 순위
2024
438억 달러
26위
1위
2023
389억 달러
유럽 8위
1위
2022
362억 달러
유럽 9위
1위
2018
210억 달러 (개인)
47위
1위

 

막대한 부에도 불구하고 조반니 페레로는 대외적으로 매우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개인적인 삶과 회사의 운영 방식 모두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 수준이 NASA에 비견될 정도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그는 그룹의 이탈리아 뿌리에도 불구하고 현재 벨기에 브뤼셀 외곽(Berchem-Sainte-Agathe)에 거주하며 , 룩셈부르크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세금 혜택, 유럽 중심부라는 지리적 이점, 또는 EU 기관과의 근접성 (그의 아내가 유럽 위원회에서 근무한다는 정보도 있다 ) 등 다국적 가족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적인 재무, 물류,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성격 면에서는 세상을 떠난 형 피에트로보다 내성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일부 보도에서는 그가 부유함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생활을 한다고 전하기도 하지만(예: 토요타 코롤라 운전, 평범한 옷차림) , 이는 확인되지 않은 일화일 수 있다. 사생활 측면에서는 파올라 로시(Paola Rossi)와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조반니 페레로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그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라는 사실이다. 그는 지금까지 총 8권의 소설을 출간했으며, 그중 여러 편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6년에 출간된 "Il cacciatore di luce (빛의 사냥꾼)"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아프리카 화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 이 책을 아버지에게 헌정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문학적 관심,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페레로 그룹이 아프리카 등지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와 미묘하게 연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한 사업가를 넘어 다면적인 개인으로서의 조반니 페레로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개인적인 가치관이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

 

7. 페레로의 현재와 미래: 최신 동향

페레로 그룹은 조반니 페레로 회장의 리더십 아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2024 회계연도에는 통합 매출 184억 유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8.9% 성장했으며 , 2022/2023 회계연도에는 웰스 엔터프라이즈 인수 등 M&A 효과에 힘입어 20.7% 증가한 170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룹의 글로벌 직원 수도 2024년 8월 기준 47,517명으로 증가하며 꾸준히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 독일, 칠레 등지의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2023/2024 회계연도에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9억 5천 8백만 유로를 투자했다.

혁신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 2024년에는 누텔라 브랜드를 활용한 '누텔라 아이스크림'과 식물성 기반의 '누텔라 플랜트-베이스드'를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한 킨더 브랜드의 비스킷 제품인 '킨더리니(Kinderini)'를 주요 시장에 선보이고, 인수한 건강 스낵 브랜드 '잇 내추럴(Eat Natural)'과 단백질 바 브랜드 '풀필(FULFIL)'의 유럽 시장 판매를 확대하는 등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M&A를 통한 성장 전략도 계속되고 있다. 2024년 7월에는 미국 비스코티 제조업체 '노니스 베이커리(Nonni's Bakery)' 인수를 발표하며 비스킷 및 베이커리 부문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성장과 더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5월에 발표된 제15차 지속가능성 보고서 에 따르면, 페레로 그룹은 ▲재활용/재사용/생분해 가능하도록 설계된 포장재 비율 90.7% 달성(전년 88.5%) ▲공장 물 사용 집약도 20% 감축(2017/18 기준) ▲공장 재생에너지 사용률 86.6% 달성(EU 지역 100%) ▲헤이즐넛 추적성 90% 달성(전년 79%) ▲위성 매핑을 통한 카카오 농장까지의 추적성 93% 달성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어스웜 재단(Earthworm Foundation), 국제노동기구(ILO)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코코아, 팜유, 헤이즐넛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100% 지속가능한 코코아 및 삼림 벌채 없는 팜유 조달 약속도 재확인했다. 이러한 성과들은 M&A를 통한 공격적인 성장이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관행과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대형 식품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한 비판이나 급격한 확장과 관련된 위험에 대응하려는 노력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조반니 페레로 회장은 2025년, 기업가적 비전과 글로벌 혁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레오나르도 상(Premio Leonardo)'을 수상하기도 했다.

 

8. 미래를 빚다: 조반니 페레로와 페레로 그룹의 전망

조반니 페레로는 강력한 가족 유산을 물려받아 비극적인 사건들을 극복하고, 과감한 M&A 전략을 통해 페레로 그룹의 성장 레시피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유기적 성장의 틀을 깨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도, 품질, 혁신, 지속가능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페레로 그룹은 누텔라, 킨더, 페레로 로쉐 등 강력한 자체 브랜드와 성공적으로 인수한 외부 브랜드들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제과 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견조한 재무 성과와 함께 윤리 경영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을 꾸준히 이행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페레로 그룹은 유기적 성장과 M&A를 병행하며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누텔라 아이스크림과 식물성 누텔라 출시 에서 볼 수 있듯, 핵심 브랜드의 자산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과 카테고리 확장은 계속될 것이다. 동시에 비스킷, 아이스크림, 건강 스낵 등 M&A를 통해 확보한 새로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반니 페레로와 페레로 그룹 앞에는 도전 과제 또한 놓여 있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공격적인 M&A를 통한 규모 확장과, 페레로 그룹의 과거 성공을 이끌었던 고유의 품질 중심적이고 가족적인 기업 문화, 즉 '페레로 웨이(Ferrero Way)' 사이의 잠재적 긴장을 관리하는 것이다.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인수 기업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면서도, 페레로 고유의 DNA를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반니 페레로의 리더십은 20세기의 성공적인 가족 기업 모델을 21세기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게 진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그는 특정 제품 혁신과 유기적 성장에 기반했던 과거 모델에서 벗어나, 규모의 경제, 다각화, 전문 경영을 통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면서도 창업 정신과 가족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조반니 페레로가 인용한 표현처럼, 그는 "전통이라는 활시위를 힘껏 당겨 현대성과 혁신이라는 화살을 더 멀리 쏘아 보내려" 하고 있다. 그 화살이 과녁에 얼마나 정확히 명중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페레로 그룹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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