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첨예한 대립과 제한된 소통 사이: 2025년 현재 인도-파키스탄 관계의 복잡한 현황과 양국이 마주한 지정학적, 정치적 이슈

liet0 2025. 5. 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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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산산조각 난 평화

2025년 4월 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잔혹한 테러 공격 이후 핵무장 경쟁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었다. 이 사건은 2019년 대치 상황을 능가하는 심각한 위기로 빠르게 번졌으며 , 양국 간 외교 관계는 급속도로 단절되고 국경 통제선(LoC)을 따라 군사적 충돌이 재개되었다. 특히 인도가 65년간 유지되어 온 인더스강 조약을 전례 없이 중단하면서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본 분석은 이 위험한 대치 상황의 발단과 전개 과정, 핵심 쟁점, 국제 사회의 반응, 그리고 이번 위기를 특히 위험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이번 위기의 특징 중 하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확산 속도이다. 테러 공격 발생 후 불과 24~48시간 만에 외교 관계가 단절되고 국경이 폐쇄되었으며, 양국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조약들이 중단되거나 위협받았다. 이는 과거 위기 상황과 비교했을 때, 특히 인도의 대응 임계치가 현저히 낮아졌음을 시사하며, 양측 모두 사전에 계획된 대응 시나리오를 즉각적으로 가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신속한 조치는 위기 완화를 위한 외교적 공간을 축소시키고 오판의 위험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공격 발생일은 4월 22일이었고 , 인도는 즉각 파키스탄을 비난하며 4월 23일에 인더스강 조약 중단을 포함한 주요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파키스탄은 4월 24일에 부인 성명과 함께 심라 협정 중단 위협, 영공 폐쇄 등 맞대응 조치를 내놓았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연쇄적으로 강경 조치가 이어진 것은 과거 위기 상황에서 흔히 보이던 수사적 공방이나 탐색 기간이 생략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취약성과 위기 관리 능력의 부재를 드러낸다.

 

II. 낙원의 테러: 파할감 학살 (2025년 4월 22일)

2025년 4월 22일,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의 유명 관광지인 파할감 인근 바이사란 계곡에서 M4 카빈, AK-47 등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관광객들을 공격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종교를 물어 힌두교도 남성들을 골라내어 이슬람 경전 구절(칼리마) 암송을 요구하고 근거리에서 사살하는 등 극도의 잔혹성을 보였다. 이 공격으로 인도인 25명, 네팔인 1명, 그리고 테러범을 저지하려던 현지 무슬림 조랑말 운영자 1명을 포함하여 총 26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는 2008년 뭄바이 테러 또는 2019년 풀와마 테러 이후 인도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테러 공격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사건 직후 '저항 전선(The Resistance Front, TRF)'이라는 단체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며, 이번 공격이 2019년 인도의 370조 폐지 이후 카슈미르 지역의 인구 구성 변화 시도, 즉 "불법 정착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이 주장을 철회했다. 인도는 즉각적으로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며, TRF가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테러 단체 라슈카르-에-타이바(LeT)의 위장 단체라고 주장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어떠한 연관성도 강력히 부인하며 인도 측에 구체적인 증거 제시를 요구하고 공정한 국제 조사를 촉구했다.

파할감 테러 발생 며칠 전, 인도 정보기관들은 스리나가르 외곽 호텔에 머무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는 첩보를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고는 다소 일반적인 수준이었고 다른 잠재적 목표물과 지역도 언급되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스리나가르 외곽 지역에서는 보안 작전이 강화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전은 파할감 테러가 발생한 4월 22일에 종료되었다. 일각에서는 당초 테러범들이 4월 초로 예정되었던 모디 총리의 카슈미르 방문(악천후로 연기됨) 시기에 맞춰 공격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이번 테러 공격의 특징은 명확한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최근 관광객 수가 증가하며 인도 정부가 '정상화'의 상징으로 내세우던 유명 관광지 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특히 힌두교도 관광객을 선별적으로 살해한 행위는 단순한 폭력 행위를 넘어선다. 이는 370조 폐지 이후 인도가 주장하는 카슈미르의 안정화라는 서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인도 전역에 종교적 갈등을 유발하려는 계산된 도발로 해석될 수 있다. 테러범들은 인명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충격과 정치적 파장을 극대화하여 지역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인도의 통치 정당성에 도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장에서 M4 카빈 과 같은 미군 제식 소총이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NATO 규격 무기 가 사용되었다는 보고는 테러 단체의 무장 수준이 향상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지원 강화 또는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불안정한 정세를 이용한 무기 밀거래 통로 확보를 의미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이는 인도 안보 당국에게 기존의 테러 위협보다 더 강력하고 치명적인 적과 마주하게 되었음을 경고하는 신호이다.

 

표 1: 주요 사건 타임라인 (2025년 4월 22일 - 5월 6일)

날짜
주요 사건
4월 22일
파할감 바이사란 계곡에서 관광객 대상 테러 발생, 26명 사망
4월 23일
인도, 파키스탄 배후설 주장하며 인더스강 조약(IWT) 중단("유보"), 파키스탄 국민 비자 취소, 외교관 추방 등 발표
4월 24일
파키스탄, 인도 비난 부인하며 맞대응 조치 발표: 심라 협정 중단 위협, 인도와의 모든 교역 중단, 인도 항공기 영공 통과 금지, 외교관 추방 등
4월 24/25일 밤
국경통제선(LoC) 전역에서 인도-파키스탄 군 간 총격전 시작
4월 28일
파키스탄, 인도군 드론 2대 격추 주장
4월 29일
인도-파키스탄 군사작전총국장(DGMO) 핫라인 통화에도 불구, LoC 총격전 지속
4월 30일
미국 국무장관, 양측에 자제 촉구 통화
5월 2/3일
인도,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모든 직간접 수입 금지, 항만 이용 금지 조치 발표
5월 3일
파키스탄, 압달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5월 4일
인도, 바글리하르 댐 수문 폐쇄 보도
5월 5일
파키스탄, 파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5월 5일
유엔 안보리, 파키스탄 요청으로 긴급 비공개 협의 개최
5월 5/6일 밤
LoC 총격전 12일 연속 지속

 

III. 비난 공방과 외교 단절

파할감 테러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인도는 파키스탄의 "국경 간 연계성" 과 "테러 지원" 을 주장하며 신속하고 광범위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4월 23일, 인도 외무차관 비크람 미스리는 내각 안보위원회(CCS)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파키스탄에 대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1960년 체결된 인더스강 조약(IWT)의 즉각적인 중단("유보") , 아타리-와가 국경 검문소 폐쇄 ,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비자 면제 제도를 포함한 모든 파키스탄 국민에 대한 기존 비자 취소 및 여행 금지 , 뉴델리 주재 파키스탄 군사 고문/외교관 추방 및 이슬라마바드 주재 인도 측 인사 철수 , 이슬라마바드 주재 인도 고등판무관실 직원 수 감축 , 그리고 자국민에 대한 파키스탄 여행 자제 및 현지 체류 국민 귀국 권고 등이 포함되었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주장을 "경솔하고 비합리적" 이라며 일축하고, 어떠한 개입도 부인했으며 , 공정한 국제 조사를 요구했다. 4월 24일, 파키스탄은 인도의 조치에 맞서 강력한 대응을 발표했다. 파키스탄은 1972년 체결된 심라 협정의 중단을 위협하거나 발표했으며 , 제3국을 통한 교역을 포함한 모든 대인도 교역을 중단하고 , 인도 항공기에 대한 영공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인도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 인도 외교관/군사 고문을 추방했으며 , 와가 국경의 국기 하강식 규모를 축소하고 상징적인 악수를 생략했다. 더 나아가 파키스탄은 인도가 IWT에 따라 파키스탄으로 흘러야 할 물줄기를 돌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전쟁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월 초, 인도는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모든 직간접 수입을 금지하고 파키스탄 선박의 자국 항만 입항 및 자국 선박의 파키스탄 항만 기항을 금지하는 추가 경제 제재를 가했다. 또한 인도가 파키스탄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그레이리스트'에 다시 올리도록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우편 서비스도 중단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단순한 외교적 항의를 넘어선 전면적인 관계 단절에 가깝다. 비자 발급 전면 중단, 주요 국경 폐쇄, 핵심 조약 중단, 외교관 추방 등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것은 2019년 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고립과 대결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양측이 기존의 소통 채널을 통한 단계적 긴장 완화보다는 즉각적인 압박과 고립을 선택했음을 시사하며, 특히 작동하는 비공식 채널마저 부재하다는 분석 은 오판의 위험을 더욱 키우는 요소이다.

이러한 외교적 동결 상태에서 정보 통제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가 파키스탄 기반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했다는 보도 는 위기 상황에서 자국 내 여론을 관리하고 파키스탄 측의 반론이나 선전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도발적이고 공동체에 민감한 콘텐츠" 및 "허위 정보"를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 이 조치는, 외교적 고립과 맞물려 인도 정부가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기 전에 국내 여론을 결집하고 외부의 간섭이나 반대 여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

 

IV. 국경 통제선(LoC) 너머의 포성

파할감 테러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군사적 긴장감은 국경 통제선(LoC)을 따라 급격히 고조되었다. 2021년 2월, 양국 군사작전총국장(DGMO) 간 합의를 통해 LoC 전역에서 정전협정을 엄격히 준수하기로 했던 약속 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파할감 테러 이전에도 간헐적인 충돌은 있었지만 , 테러 이후의 상황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인도의 외교적 제재 조치가 발표된 4월 24일 직후부터 LoC를 사이에 둔 양측 군의 총격전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인도 측 발표에 따르면, 파키스탄 군 초소에서 시작된 "비무장 소총 발사"는 "도발적이지 않은" 공격이었으며 , 이는 카슈미르 계곡 지역(쿠프와라, 바라물라, 우리 등)에서 시작되어 잠무 지역(푼치, 라조우리, 멘다르, 나우셰라, 순데르바니, 아크누르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인도는 이러한 도발에 "즉각적이고 비례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전 위반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5월 6일까지 최소 12일 밤 연속으로 이어졌다. 4월 29일에는 양국 DGMO 간 핫라인 통화가 이루어졌지만, 총격전을 멈추지는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파키스탄 군이 중화기(자주포 등)를 동원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파키스탄은 LoC를 넘어온 인도군 드론(쿼드콥터) 2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며 , 양측에서 병사가 포로로 잡혔다는 상반된 주장도 제기되었다 (파키스탄 레인저 1명 인도 BSF에 포로 , 인도 군인 1명 파키스탄에 포로 ).

양측은 LoC에서의 직접적인 충돌 외에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보를 보였다. 파키스탄은 군대에 최고 경계 태세를 발령하고 , 압달리(사거리 450km) 및 파타(사거리 120km)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며 , 인도군의 임박한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인도는 군사 훈련과 해군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고 국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 여러 주에서 민방위 훈련을 실시했다.

2021년 정전 합의의 급속하고 지속적인 붕괴는 정치적 위기가 군사적 긴장으로 얼마나 쉽게 전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총격전이 LoC 전역의 다수 섹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장기간 지속된 점은 이것이 단순한 우발적 교전이나 국지적 도발을 넘어선, 의도된 압박 전술이거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위험한 군사적 대치 상황임을 시사한다. DGMO 핫라인이라는 군사적 소통 채널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 은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하며, 정치적 갈등이 군사적 긴장을 압도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V. 물 전쟁? 인더스 조약 위기

1960년 세계은행의 중재로 체결된 인더스강 조약(IWT)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 인더스강 유역의 물 사용 및 분배를 규정하는 핵심 협정이다. 이 조약은 인더스강의 동부 3개 지류(베아스강, 라비강, 수틀레지강)의 물 사용권을 인도에, 서부 3개 지류(인더스 본류, 젤룸강, 체나브강)의 물 사용권(유역 전체 유량의 약 80%)을 파키스탄에 배분했다. 인도는 서부 하천에 대해 수력 발전 등 제한적인 비소모적 사용만 허용되며, 물의 흐름을 크게 변경할 수 없다. IWT는 데이터 교환 및 분쟁 해결을 위한 상설 인더스 위원회(PIC)를 설립했으며 , 과거 여러 차례의 전쟁 중에도 유지되어 온 이례적인 협력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2025년 4월 23일, 인도는 파키스탄의 "국경 간 테러 지원"이 중단될 때까지 IWT를 "유보(abeyance)" 상태로 둔다고 발표하며 조약을 사실상 중단했다. 파키스탄은 이를 국제법 위반 이자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비난했으며, 만약 인도가 물길을 돌리려 한다면 이는 "전쟁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이 문제를 유엔(UN),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제사회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가 당장 서부 하천의 물줄기를 완전히 차단할 물리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 조약 중단은 다음과 같은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정보 공유 중단: 인도는 조약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유해야 했던 하천 유량, 홍수 예보 등 중요한 수문학적 데이터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 이는 파키스탄의 수자원 관리 및 홍수 대비 능력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 물 흐름 조작 가능성: 인도는 기존 댐(예: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 젤룸/닐룸강의 키셴강가 댐) 운영 방식을 조약 규정에서 벗어나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적물 방류 시기를 조정하거나 저수량을 조절하여 파키스탄의 농업용수 공급이나 수력 발전에 필요한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방해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가 바글리하르 댐 수문을 닫았다는 보도 와 이전에 우리 댐에서 물을 방류하여 홍수를 유발했다는 주장 이 제기되기도 했다.

IWT 자체에는 일방적인 중단이나 유보에 대한 조항이 없으며, 조약 변경이나 종료는 양측의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인도의 조치는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크다. 일부 분석가들은 인도가 이번 조치를 통해 장기적으로 파키스탄에게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IWT를 재협상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물 협력을 테러리즘 문제와 연계하여 파키스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파키스탄의 맞대응으로 거론되는 1972년 심라 협정 중단 위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심라 협정은 LoC를 공식화하고 양자 간 분쟁 해결의 틀을 마련한 핵심 합의인데, 이를 파기하는 것은 카슈미르 분쟁과 국경 관리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인더스강 조약 중단은 단순히 물 공급을 막는 행위를 넘어, 수자원 관련 정보와 관리 시스템 자체를 무기화하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당장 강물의 흐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홍수 예보와 같은 필수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 합의된 운영 규칙을 벗어나 댐 방류 시점이나 양을 조절하는 것 만으로도 파키스탄의 농업과 경제에 즉각적인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는 직접적인 군사 행동 없이도 상대방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비대칭적 수단이 된다.

더 나아가, 인도의 일방적인 조약 중단 선언은 국제법과 분쟁 관리 측면에서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 수십 년간 전쟁 속에서도 유지되어 온 물 분쟁 해결의 모범 사례로 꼽히던 IWT를 안보 문제와 연계하여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 조약 자체의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제 규범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향후 다른 국가들이 정치적 또는 안보적 이유로 국제 물 협정을 도구화하도록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공유 하천 유역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표 2: 인도 vs. 파키스탄 군사력 비교 (2024/2025 추정치)

 
항목
인도
파키스탄
국방 예산 (2024/25)
$86.1B (USD) / ₹6.8조 (INR) / GDP 대비 1.9%
$10.2B (USD) / PKR 2.12조 / GDP 대비 1.7%
현역 병력 (총)
~147만 명 (GFP: 145만)
~66만 명 (GFP: 65.4만)
- 육군
~123.7만 명
~56만 명
- 해군
~7.55만 명
~3만 명
- 공군
~15만 명
~7만 명
예비 병력
~115만 명
~55만 명 (GFP)
준군사조직
~161.6만 명
~29.1만 명 (IISS) / 50만 명 (GFP)
주력 전차 (MBT)
~3,740-4,201대
~2,537-2,687대
전투 가능 항공기 (총)
~730대 (IISS) / 2,229대 (GFP)
~452대 (IISS) / 1,399대 (GFP)
- 전투기
~513대 (GFP)
~328대 (GFP)
공격 헬기
~80대 (GFP)
~57대 (GFP)
항공모함
2척
0척
구축함
11-13척
0척
호위함
14-16척
9-10척
잠수함
16-18척 (핵추진 포함)
8척
핵탄두 (추정치)
~172개 (SIPRI) / 180개 (SIPRI 2025)
~170개 (SIPRI)

 

VI. 핵 그림자: 시험대에 오른 억지력

인도와 파키스탄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로, 이는 양국 간의 모든 군사적 긴장 상황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양국의 핵 능력은 대략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지만(인도 약 172기, 파키스탄 약 170기 추정, 일부 분석에서는 파키스탄이 더 많을 수도 있음) , 정확한 규모는 서로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양국은 아그니(Agni), 프리트비(Prithvi), 샤힌(Shaheen), 가우리(Ghauri), 바부르(Babur) 등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육상, 공중, 해상(잠수함)에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핵 삼축(Nuclear Triad)' 능력을 갖춘 반면, 파키스탄은 아직 작전 가능한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 독트린 측면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인도는 공식적으로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NFU)' 원칙을 채택하여, 핵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핵무기로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인도의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 '완전 스펙트럼 억지(Full Spectrum Deterrence)' 또는 '신뢰성 있는 최소 억지(Credible Minimum Deterrence)'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파키스탄의 존립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재래식 공격에 대해서도 전술 핵무기를 포함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번 위기 상황은 이러한 핵 억지력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시험하고 있다. 외교 채널 단절과 군사적 소통 부재 , 그리고 계속되는 LoC 교전 은 오판이나 의도치 않은 확전의 위험을 극도로 높인다. 파키스탄 주러시아 대사가 전쟁 발발 시 "재래식 및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 은 이러한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양측의 행동을 신중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 국내 정치적 압력이나 군사적 오판으로 인해 설정된 레드라인이 넘어설 경우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98년 양국의 핵실험 이후 , 1999년 카르길 분쟁, 2019년 발라코트 공습 등 여러 차례의 위기가 핵무기의 그늘 아래에서 발생했다. 이는 핵무기가 재래식 분쟁을 완전히 억지하지는 못하지만, 그 분쟁의 잠재적 결과를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기 상황에서 공식적인 핵 독트린은 현실 정치와 군사적 압력 속에서 유연하게 해석되거나 심지어 무시될 수도 있다. 파키스탄의 선제 사용 기준이 이론적으로는 '존립 위협'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맞춰져 있지만 , 인도의 강력한 재래식 공격이나 국경 침범 시도가 발생할 경우, 파키스탄 지도부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NFU 원칙 역시, 강력한 보복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 에 직면할 경우, 파키스탄이 핵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간주할 수 있는 선제적 또는 비례성을 넘어서는 재래식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통 채널 부재 는 이러한 오해와 오판의 가능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VII. 긴장하는 세계: 국제 사회의 반응

파할감 테러 이후 급격히 고조된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 상황에 대해 국제 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미국의 초기 대응은 과거 위기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갈등을 "1,500년 된 싸움"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언급했고 , 즉각적인 고위급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자 4월 30일경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양국 외무장관과 통화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초기 소극적 태도가 결과적으로 인도의 즉각적인 대규모 군사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았을 수 있지만, 동시에 국제 사회에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인도의 대테러 노력을 지지하면서도 긴장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며 ,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수준(Level 4: 여행 금지)으로 격상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중국: 중국은 양측에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파키스탄에 대한 강력한 외교적 지지를 표명했다. 중국은 파키스탄을 "철갑 형제(ironclad allies)"로 칭하며 파키스탄의 주권과 안보 우려를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립적인 조사를 지지하고 , 유엔 안보리 성명에서 파키스탄에 불리한 표현을 완화시키려 노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파키스탄과의 전략적 동맹 관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인도와의 복잡한 관계 및 역내 안정 유지(CPEC, 신장 등)라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계산된 행보로 분석된다.

유엔: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 비공개 협의를 개최했다. 안보리는 파할감 테러를 규탄하고 책임자 규명을 촉구하는 언론 성명을 발표했지만 , 일부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파키스탄이 원했던 수준의 강력한 메시지는 담기지 못했을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테러 공격을 규탄하고 양측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며 군사적 충돌 위험을 경고하고, 중재를 위한 '주선(good offices)'을 제안했다.

기타 국가: 이란은 중재 의사를 밝히며 외무장관이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하고 뉴델리 방문을 계획했다. 걸프 국가들도 역내 안정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 러시아는 테러 공격을 규탄했다. 방글라데시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평화 회담을 지지했다. 한편, 긴장 고조로 인해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주요 국제 항공사들은 파키스탄 영공을 우회하기 시작했다.

이번 위기에서 나타난 국제 사회의 반응, 특히 미국의 초기 대응 변화는 남아시아 위기 관리의 지정학적 지형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 위기 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했던 미국이 우크라이나, 중동 등 다른 현안에 집중하거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 변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역내 행위자들의 계산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는 인도의 군사 행동 의지를 다소 꺾는 효과를 가져왔을 수 있지만 , 동시에 미국의 의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다른 강대국(중국 등)이나 지역 행위자들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만들거나, 혹은 미국의 강력한 개입 없이는 위기가 더 쉽게 고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대응은 자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파키스탄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조하며 외교적 방패막이 되어주는 동시에, 인도와의 경제 관계 및 CPEC 사업과 신장 지역 안정 등 자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전면적인 역내 전쟁은 피하고자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는 이중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파키스탄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원하기보다는 외교적 지지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역내 안정이라는 실리를 추구하는 계산된 모호성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VIII. 2019년 위기와의 차이점: 왜 더 위험한가?

2025년 인도-파키스탄 대치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2019년 발라코트 공습 이후의 위기보다 더 위험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카슈미르의 변화된 위상과 '정상화' 서사: 2025년 위기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2019년 인도가 잠무 카슈미르의 특별 자치권을 보장했던 헌법 370조를 폐지한 결정이 있다. 이후 인도는 해당 지역을 연방 직할령으로 편입하고 강력한 군사 통제를 실시했으며 ,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이 '정상화'되었다는 점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파할감 테러는 바로 이 '정상화' 서사의 핵심인 관광객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인도 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성격을 띤다.

인도 국내 정치적 압박: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9년 이후 카슈미르의 완전한 통합과 안정을 자신의 핵심 정치적 유산으로 삼아왔다. 2019년 풀와마 테러가 안보 실패로 인식되었던 것과 달리, 2025년 파할감 테러는 모디 정부의 카슈미르 정책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모디 총리는 자신의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유지하고 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2019년보다 더 강력하고 결정적인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국내 정치적 압박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인도 내에서는 전쟁 불사를 외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소통 채널의 부재: 2025년 위기 상황에서는 양국 간의 군사 및 외교적 비공식 소통 채널(backchannel)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러 분석에서 지적되었다. 이는 2019년 위기 당시 존재했을 수 있는 (비록 긴장 상태였지만) 최소한의 소통 가능성마저 사라졌음을 의미하며, 오해와 오판으로 인한 우발적 확전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지정학적 환경 변화: 2019년과 비교하여 2025년의 지정학적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2020년 라다크 국경 분쟁 이후 인도와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 이는 인도의 군사적 역량을 분산시키는 요인이다. 동시에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심화되었지만 ,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위기 등으로 인해 미국의 관심과 개입 여력은 분산되어 있다.

모디 총리에게 370조 폐지 이후 카슈미르의 안정화는 단순한 정책 목표를 넘어선 정치적 유산의 문제이다. 파할감 테러는 이 유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는 2019년 군인들에 대한 공격과는 다른 차원의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따라서 인도 지도부는 '정상화' 서사를 지키고 국내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가시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조용한 외교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강경 대응의 유인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또한, 2025년의 위기는 고립된 양자 갈등이 아니다. 인도-중국 국경 문제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분쟁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관심 분산 , 파키스탄 내부의 경제적, 정치적 불안정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러한 상호 연관성은 남아시아에서의 위기가 더 넓은 지역 및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외부 행위자들의 개입 효과를 약화시켜 긴장 완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IX. 현 상황 (2025년 5월 초)

2025년 5월 첫째 주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긴장은 극도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간 외교 관계는 사실상 동결되었고, 국경은 대부분 폐쇄되었으며, 교역은 중단되었다. 국경 통제선(LoC)에서는 밤마다 총격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 인더스강 조약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로 인도가 수자원 흐름을 조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고 인도의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하는 등 군사적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 유엔, 중국, 이란 등 국제 사회는 지속적으로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긴장 완화의 돌파구는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명확한 위기 탈출구나 긴장 완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절된 소통 채널, IWT 중단과 같은 강경 조치, 그리고 양국 국내의 높은 정치적 압력은 오판이나 의도적인 확전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특히 인도 측이 국내 여론을 만족시키면서도 파국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체면 유지(face-saving)' 방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X. 결론: 벼랑 끝에서

2025년 4월 파할감 테러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수년 만에 가장 위험한 대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이 사건은 즉각적인 외교 관계 단절, 국경 통제선에서의 지속적인 군사적 충돌, 그리고 65년간 유지되어 온 인더스강 조약의 전례 없는 중단이라는 연쇄적인 확전 조치를 촉발했다.

단절된 소통 채널, 고조된 군사적 경계 태세, 깊은 상호 불신, 강력한 국내 정치적 압력, 그리고 핵무기라는 궁극적인 변수가 결합된 현재 상황은 오판이나 의도적인 확전으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2019년 위기와 비교했을 때, 변화된 카슈미르의 위상, 인도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감 증가, 약화된 국제 사회의 중재 능력 등은 이번 위기의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지금 양국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하고, 어떤 형태로든 소통 채널을 복원하며,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다. 국제 사회 역시 단순한 우려 표명을 넘어, 양측이 수용 가능한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하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통해 파국적인 충돌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일지라도, 당장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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