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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미래를 밝힐 인공태양, 어디까지 왔나?

liet0 2025. 4.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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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미래를 밝힐 인공태양, 어디까지 왔나?

바닷물을 연료로, 태양처럼 강력하고 깨끗하며 안전한 에너지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핵융합 에너지의 약속입니다. 핵융합은 실제로 태양과 같은 별들이 빛과 열을 내는 근본 원리이며 , 기후 변화와 에너지 안보 문제에 직면한 인류에게 혁명적인 해결책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꿈의 에너지'를 현실로 만드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며, 현재 기술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국제적인 공동 연구 노력인 ITER 프로젝트와 한국의 핵심적인 역할, 특히 KSTAR의 눈부신 성과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또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며, 우리는 언제쯤 핵융합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핵융합 에너지의 모든 것을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핵융합이란 무엇일까요? 태양의 비밀을 풀다

핵융합의 정의와 원리

핵융합은 말 그대로 가벼운 원자핵들이 서로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하는 과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태양 중심으로, 이곳에서는 수소 원자핵(양성자)들이 엄청난 온도와 압력 속에서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여 헬륨 원자핵으로 변환됩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태양 에너지의 근원입니다.

이 엄청난 에너지의 비밀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²에 숨어 있습니다. 핵융합 과정에서, 합쳐진 헬륨 원자핵의 질량은 원래의 수소 원자핵들의 질량 합보다 약간 작습니다. 이 미세하게 사라진 질량(질량 결손)이 E=mc² 원리에 따라 엄청난 양의 에너지(빛과 열)로 변환되는 것입니다.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태양 중심보다 훨씬 더 극한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원자핵들은 모두 양(+)전하를 띠고 있어 서로 밀어내는 강력한 전기적 반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반발력을 이기고 원자핵들이 충돌하여 융합하게 하려면, 온도를 1억 도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이는 태양 중심 온도(약 1,500만 도)보다 훨씬 높은데, 지구에서는 태양과 같은 엄청난 중력에 의한 압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초고온 상태가 되면 물질은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플라즈마(plasma)' 상태가 됩니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리며, 우주 질량의 99% 이상을 차지합니다.

현재 핵융합 발전을 위해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연료 조합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Deuterium, D)와 삼중수소(Tritium, T)입니다. 중수소는 바닷물에 풍부하게 존재하여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핵융합로 내에서 리튬(Lithium)과 핵융합 반응 시 발생하는 중성자를 반응시켜 생산(증식)할 수 있습니다. 리튬 역시 지구상에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D-T 핵융합은 사실상 연료 고갈 걱정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평가받습니다.

핵분열과의 명확한 차이

핵융합 에너지는 흔히 원자력 발전으로 알려진 핵분열 에너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를 가집니다. 핵분열은 우라늄(Uranium)이나 플루토늄(Plutonium)처럼 무겁고 불안정한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하여 여러 개의 더 가벼운 원자핵으로 쪼개지는 현상입니다. 이 과정에서도 질량 결손이 발생하여 에너지가 방출되지만, 이는 가벼운 원자핵들이 합쳐지는 핵융합과는 정반대의 과정입니다.

이 근본적인 차이는 연료, 폐기물, 안전성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핵분열은 희귀한 중금속인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며,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성물들은 방사능 준위가 높고 반감기가 매우 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됩니다. 반면, D-T 핵융합은 바닷물의 중수소와 리튬에서 얻는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주된 반응 생성물은 안정적인 헬륨입니다. 물론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중성자가 핵융합로 구조물을 방사화시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지만, 이는 핵분열 폐기물에 비해 방사능 준위가 낮고 반감기가 훨씬 짧아 관리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핵분열은 연쇄 반응을 제어해야 하며 만일의 경우 노심 용융과 같은 심각한 사고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핵융합은 연쇄 반응 자체가 없고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외부 조건이 사라지면 반응이 즉시 멈추므로 본질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들이 핵융합 에너지가 미래의 궁극적인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아래 표는 핵융합과 핵분열의 주요 특징을 요약하여 보여줍니다.

특징 (Feature)
핵융합 (Fusion - D-T)
핵분열 (Fission - Uranium)
원리 (Principle)
가벼운 핵 융합 (Light nuclei combine)
무거운 핵 분열 (Heavy nucleus splits)
연료 (Fuel)
중수소(바닷물), 삼중수소(리튬에서 증식)
우라늄 (채굴)
주요 생성물 (Product)
헬륨
다양한 핵분열 생성물
에너지 방출 (Energy)
질량 결손 (E=mc²)
질량 결손 (E=mc²)
폐기물 (Waste)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구조물 방사화), 헬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긴 반감기)
안전성 (Safety)
연쇄반응 없음, 노심용융 불가
연쇄반응 제어 필요, 노심용융 가능성
현재 상태 (Status)
실험 단계 (Experimental)
상용화 (Commercial)

 

2. 지구 위에 태양을 만들다: 핵융합 기술 방식

자기장으로 플라즈마 가두기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담을 수 있는 물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플라즈마가 용기 벽에 직접 닿지 않도록 가두는 방법을 고안해야 했습니다. 가장 유망하고 널리 연구되는 방식이 바로 '자기 가둠(Magnetic Confinement)'입니다. 플라즈마는 전하를 띤 이온(+)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자기력선 그물망을 만들어 플라즈마를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안에 안정적으로 가두는 것입니다.

토카막 (Tokamak)

자기 가둠 방식 중 가장 대표적이고 연구가 많이 진행된 장치가 '토카막(Tokamak)'입니다. 토카막은 러시아에서 처음 개발된 도넛 모양(토로이달 형태)의 핵융합 장치입니다. 토카막은 크게 두 종류의 자기장을 조합하여 플라즈마를 가둡니다. 첫째는 도넛 방향으로 강력한 자기장(토로이달 자기장)을 걸어주는 것이고, 둘째는 플라즈마 내부에 직접 전류를 흘려 그 주위에 자기장(폴로이달 자기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두 자기장이 합쳐져 만들어진 나선형의 자기력선을 따라 플라즈마 입자들이 맴돌면서 도넛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토카막 방식은 비교적 우수한 플라즈마 가둠 성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영국의 JET, 한국의 KSTAR, 그리고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ITER 등 전 세계 주요 핵융합 연구 장치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카막은 플라즈마 내부에 큰 전류를 흘려야 하므로, 플라즈마 자체가 불안정해져 갑자기 붕괴되는 현상(플라즈마 붕괴, disruption)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플라즈마 전류를 유도하는 방식의 한계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운전 시간이 제한되는 '펄스' 방식으로 작동하며, 연속 운전을 위해서는 별도의 복잡한 기술(비유도 전류 구동)이 필요합니다.

스텔러레이터 (Stellarator)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는 토카막과 마찬가지로 도넛 모양의 자기 가둠 장치이지만,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스텔러레이터는 플라즈마 내부에 전류를 흘리는 대신,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꼬인 형태의 외부 자석 코일만을 이용하여 필요한 나선형 자기장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인 코일들이 만드는 자기장을 따라 플라즈마가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원리입니다.

스텔러레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플라즈마 전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토카막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 붕괴 현상이 원천적으로 없고, 연속 운전이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핵융합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에 매우 유리한 특징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그 복잡한 코일 구조에 있습니다. 3차원적으로 정교하게 뒤틀린 코일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고, 건설 비용 또한 매우 비쌉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실현 가능성이 낮은 기술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 설계 기술과 정밀 제작 기술의 발달로 독일의 W7-X, 일본의 LHD와 같은 대형 스텔러레이터 장치들이 성공적으로 건설되어 운영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국 토카막과 스텔러레이터는 핵융합 발전으로 가는 길에서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경쟁적인 기술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카막은 상대적으로 검증된 성능과 오랜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안정성과 연속 운전의 과제를 안고 있고, 스텔러레이터는 본질적인 안정성과 연속 운전 가능성을 가졌지만 극도의 공학적 난이도를 극복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이 최종적으로 상용 핵융합로의 주류가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3. 전 세계는 지금 '인공태양' 경쟁 중!

국제 협력의 거대한 발걸음: ITER

핵융합 에너지 실현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프로젝트입니다. ITER는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총 7개 회원국이 참여하여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실험 장치입니다.

ITER의 주된 목표는 핵융합 발전의 과학적,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대규모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투입된 가열 에너지(50MW) 대비 10배 이상의 핵융합 열에너지(500MW)를 생산(에너지 증폭률 Q≥10)하고, 핵융합 반응을 300~500초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ITER 자체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아니라, 미래 핵융합 발전소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통합적으로 실증하기 위한 거대한 실험 장치입니다.

현재 ITER는 회원국들이 제작한 부품들을 현장으로 조달하여 조립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최근 중앙 솔레노이드 모듈, 극저온 펌프 등 핵심 부품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으며 , 거대한 토카막 구조물 조립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ITER 프로젝트는 상당한 지연을 겪고 있습니다. 당초 2016년경 첫 플라즈마 발생을 목표했지만, 이후 2025년으로 연기되었고 , 최근에는 설계 변경, 부품 제작 및 조립의 복잡성,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등으로 인해 2034년 이후로 완공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백만 개에 달하는 첨단 부품들을 각 회원국에서 제작하여 현장에서 정밀하게 조립하는 과정의 어려움, 그리고 일부 핵심 부품(진공용기 섹터, 열차폐체 등)에서 발견된 결함 및 수리 필요성 등이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총비용 또한 초기 예상보다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이는 ITER와 같은 거대 과학 프로젝트가 국제 협력을 통해 막대한 자원과 전문성을 결집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복잡한 관리 체계와 물류, 기술적 난제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다음 목표는 발전소 실증: DEMO

ITER가 핵융합의 과학적·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증명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는 실증 발전소, 즉 'DEMO(Demonstration Power Plant)'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DEMO는 핵융합 반응으로 얻은 열에너지를 이용해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여 전력망에 공급하고, 핵융합로 내부에서 삼중수소 연료를 스스로 생산(TBR>1, 삼중수소 증식비 1 이상)하며,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전하는 등 상용 핵융합 발전소에 필요한 핵심 공학 기술들을 실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유럽연합(EUROfusion), 일본, 중국, 한국 등 주요 핵융합 연구 선도국들은 각자의 DEMO 건설 계획 및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040년대 DEMO 건설 착수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며 , 한국 역시 K-DEMO라는 이름의 실증로 개념 설계를 진행하며 2050년대 핵융합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DEMO는 ITER에서 확보된 물리 및 공학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되지만, 실제 발전소로서 요구되는 신뢰성, 경제성, 안정성, 연료 자급자족 능력, 고방사선 환경에서의 원격 유지보수 기술 등 ITER와는 또 다른 차원의 공학적 난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민간 기업들의 약진

최근 몇 년 사이,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민간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와 투자 급증입니다. 과거 정부 주도의 거대 과학 프로젝트로 여겨졌던 핵융합 연구개발에, 혁신적인 기술과 빠른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미국 MIT에서 분사한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FS)'가 있습니다. CFS는 고온 초전도(HTS) 자석 기술을 이용하여 기존 토카막보다 훨씬 작고 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소형 토카막(SPARC)을 개발 중이며, 이를 통해 2025년까지 핵융합 순에너지 생산(Q>1)을 달성하고 2030년대 초반 상용 발전소(ARC)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투자하여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주목받는 기업인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는 오픈AI CEO 샘 올트먼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헬리온은 토카막과는 다른 자기 관성 가둠 방식(FRC 기반)을 이용하여 펄스 형태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2024년 순 전기 생산 실증, 2028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 50M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TAE 테크놀로지스(선형 FRC, 첨단 연료), 영국의 토카막 에너지(구형 HTS 토카막), 퍼스트 라이트 퓨전(투사체 핵융합), 제너럴 퓨전(자기화 타겟 핵융합) 등 다양한 기술 방식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교토 퓨저니어링, EX-퓨전, 헬리컬 퓨전, ENN 그룹, 에너지 싱귤래리티, 스타토러스 퓨전 등 다수의 민간 기업들이 정부 지원과 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들의 등장은 핵융합 연구개발 생태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 주도 프로젝트보다 더 과감하고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며, 고온 초전도 자석이나 인공지능(AI) 기반 제어 기술 등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목표가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핵융합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최신 연구 하이라이트

전 세계 연구 현장에서는 꾸준히 의미 있는 성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KSTAR는 2024년 1억 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48초간 유지하는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 중국의 EAST는 더 긴 시간 동안 플라즈마를 유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KSTAR에서 발견된 새로운 고성능 운전 모드인 'FIRE 모드' 나, 플라즈마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개발 등 핵융합 상용화에 필수적인 난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진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CFS 등이 주도하는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의 발전 과 AI를 활용한 플라즈마 제어 최적화 연구 등 관련 기술 분야에서도 혁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4. 한국의 도전: KSTAR와 ITER 참여

세계 기록을 쓰는 KSTAR

대한민국은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KSTAR,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통해 세계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KSTAR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이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건설하여 2008년부터 운영 중인 토카막 장치로 , ITER와 동일한 첨단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 세계 최초의 핵융합 장치 중 하나입니다.

KSTAR는 지난 15년여간 세계 핵융합 연구 역사를 새로 써왔습니다. 특히 핵융합 발전에 필수적인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이온 온도 1억 도 달성에 성공한 이후, 유지 시간을 꾸준히 늘려 2021년 30초 , 그리고 2024년에는 48초를 달성하며 세계 최고 기록을 연이어 경신했습니다. 또한 높은 에너지 가둠 효율을 보이는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모드(H-모드)를 2024년 102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며 , 기존 H-모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운전 방식인 'FIRE 모드'를 발견하여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하는 등 과학적 성과도 두드러집니다. 플라즈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 제어 기술 개발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최근 KSTAR는 플라즈마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견뎌야 하는 내부 부품인 '디버터(Divertor)'를 기존의 탄소 소재에서 ITER나 미래 실증로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텅스텐(Tungsten) 소재로 교체하는 대규모 성능 향상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텅스텐 디버터 환경에서의 첫 플라즈마 실험에서 1억 도 48초 유지라는 신기록을 달성함으로써, KSTAR는 미래 핵융합로 운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검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KSTAR의 최종 운영 목표는 2026년까지 1억 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300초 동안 유지하는 것입니다. 300초는 핵융합 반응이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유지되는 '정상 상태(steady-state)' 운전에 가까워지는 중요한 시간으로, 핵융합 발전소의 연속 운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KSTAR의 이러한 성과들은 한국이 핵융합 플라즈마 제어 및 장시간 운전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며, ITER 운영과 미래 DEMO 설계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제 공동 연구의 핵심 장치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설계: K-DEMO

KSTAR와 ITER 사업 참여를 통해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은 궁극적으로 핵융합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다음 단계인 '한국형 핵융합 실증로(K-DEMO)' 건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K-DEMO는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하여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고(수백 MW급),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을 검증하며, 핵융합 발전소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모든 공학 기술과 경제성을 실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K-DEMO는 개념 설계 및 핵심 기술 개발 전략 수립 단계에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라, 2040년대 K-DEMO 건설 착수 및 2050년대 운영을 목표로 , 증식 블랑켓, 고내열·저방사화 재료, 원격 유지보수 로봇, 초전도 자석 등 8대 핵심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제 K-DEMO를 건설하기 전에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공간에 핵융합 발전소를 구현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최적화, 운전 시나리오 검증, 위험 요소 예측 등을 수행하는 '버추얼 데모(Virtual DEMO)' 프로젝트도 추진 중입니다. K-DEMO는 KSTAR와 ITER에서 얻어진 성과를 집약하여 한국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핵심적인 발판이 될 것입니다.

글로벌 파트너십: ITER 속 한국

한국은 2003년 ITER 프로젝트에 7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한 이후, 국제 핵융합 연구개발 커뮤니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한국은 ITER 총 건설비 및 운영비의 9.09%를 분담하며 , 이는 현금 기여와 함께 한국이 직접 제작하여 납품하는 '현물 기여'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한국은 ITER 장치의 핵심 부품들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제작하여 납품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담당하는 주요 조달 품목에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진공용기 본체 및 포트, 내부 구조물을 중성자로부터 보호하는 블랑켓 차폐블록, 초전도 자석의 핵심 소재인 TF 초전도 도체,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열차폐체, 거대 부품들을 정밀하게 조립하는 특수 장비,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 저장 및 공급 시스템, 고전압 전원공급 장치, 플라즈마 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진단 장치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첨단 부품 제작에는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한국 산업계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ITER 참여는 한국에게 단순한 비용 분담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거대 국제 프로젝트 관리 경험을 쌓으며, 관련 산업 분야의 기술력을 높이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특히, ITER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얻어지는 실질적인 경험과 데이터는 향후 K-DEMO 설계 및 건설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핵심 자산입니다. 비록 최근 일부 한국 조달 품목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여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 이 또한 엄격한 품질 관리와 설계 검증의 중요성을 배우는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ITER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며, 핵융합 에너지 시대를 향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5. 꿈의 에너지, 현실이 되려면?

핵융합의 매력적인 장점

핵융합 에너지가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된다면 인류는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 무한에 가까운 연료: 주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 가능하며, 삼중수소는 핵융합로 내에서 리튬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어 사실상 연료 고갈 걱정이 없습니다. 이는 화석 연료나 우라늄과 같은 유한한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 깨끗한 에너지: 핵융합 발전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 높은 안전성: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과 달리 연쇄 반응이 없어 폭발 위험이 없고, 외부에서 연료 공급이나 가열을 중단하면 반응이 즉시 멈추므로 본질적으로 안전합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의 우려가 없습니다.
  • 적은 방사성 폐기물: 핵분열 발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달리, 핵융합 발전에서는 주로 핵융합로 구조물이 중성자에 의해 방사화된 중·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이는 방사능 준위가 상대적으로 낮고 반감기가 짧아 처리가 용이합니다.
  • 높은 에너지 효율: 극소량의 연료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핵융합 연료 1g은 석유 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넘어야 할 기술적 산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 안정적인 플라즈마 유지: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높은 밀도로, 충분히 긴 시간 동안(핵융합 반응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 로슨 조건 또는 삼중곱 조건 만족) 안정적으로 가두고 제어하는 기술은 여전히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입니다. 플라즈마 내부의 다양한 불안정 현상(ELM 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 에너지 순증(Net Electricity Gain): 핵융합 반응으로 생산된 에너지가 플라즈마 가열, 자석 운용, 냉각 등 핵융합로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합친 것보다 많아야 실질적인 발전이 가능합니다 (Q > 1, 순 전기 생산). ITER의 목표인 열출력 기준 Q≥10 달성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전기 출력 기준으로 순에너지 생산을 달성해야 합니다.
  • 극한 환경을 견디는 재료 개발: 핵융합로 내부, 특히 플라즈마와 직접 맞닿는 부분(내벽 재료, PFCs)과 구조물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열과 강력한 중성자(14 MeV 고에너지)의 충격을 수년간 견뎌야 합니다. 중성자는 재료 원자를 튕겨내 손상을 일으키고(dpa), 재료를 부풀게 하거나(swelling), 깨지기 쉽게(embrittlement) 만듭니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성능 저하 없이 오래 버틸 수 있는 새로운 재료의 개발이 시급합니다. 텅스텐이 유력한 후보이지만, 자체적인 문제점도 가지고 있어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삼중수소 증식 기술 확보: D-T 핵융합 반응의 연료인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핵융합로 내부의 '블랑켓(Blanket)'이라는 장치에서 리튬과 중성자를 반응시켜 스스로 생산해야 합니다. 이때 소모되는 삼중수소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삼중수소 증식비, TBR > 1)해야 지속적인 운전이 가능합니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삼중수소 증식 및 회수 기술 개발은 핵융합 상용화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며, ITER에서는 테스트 블랑켓 모듈(TBM)을 통해 이 기술을 검증할 예정입니다.
  • 원격 유지보수 기술: 핵융합로 내부는 운전 중 강한 방사선 환경이 되므로,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유지보수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로봇 등을 이용한 원격 유지보수 및 부품 교체 기술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 경제성 확보: 현재 핵융합 실험 장치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됩니다. 핵융합 발전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설 및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여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할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극한 환경을 견디는 재료 문제와 삼중수소 자급자족 문제는 핵융합 발전소의 장기적인 운전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공학적 병목 지점으로 여겨집니다. 플라즈마 물리 연구의 진전과 더불어 이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ITER 이후 DEMO 단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6. 핵융합 시대는 언제 올까? 미래 전망

상용화, 얼마나 남았을까?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시점에 대한 전망은 다양합니다.

  • 민간 기업들의 낙관적 전망: 일부 핵융합 스타트업들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2030년대에 상용 파일럿 플랜트 가동이나 전력망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헬리온 에너지는 2028년, CFS는 2030년대 초반을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목표에는 높은 기술적 불확실성이 따릅니다.
  • 정부 주도 로드맵: ITER와 DEMO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 연구개발 로드맵은 일반적으로 2050년대 DEMO 운전을 거쳐, 21세기 후반에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는 보다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 방식입니다.
  • 전문가 및 국제기구 전망: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전문가 그룹에서는 최근 민간 투자의 활성화 등으로 상용화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2050년대 또는 그 이후에나 핵융합 에너지가 전력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핵융합 상용화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그 정확한 시점은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연구개발의 성공 여부와 기술 혁신 속도에 달려있습니다. 2050년 이전에 상용화가 이루어지려면 민간 부문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거나, ITER-DEMO 로드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에너지 지도를 바꿀 핵융합

비록 상용화까지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하지만, 핵융합 에너지가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인류 사회와 에너지 환경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입니다.

  • 탈탄소화의 핵심 동력: 핵융합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 없이 대규모의 안정적인 전력(기저 부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간헐성 문제가 있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에너지 안보 강화: 연료인 중수소와 리튬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비교적 풍부하게 존재하므로, 화석 연료나 우라늄 자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에서 벗어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첨단 산업 발전 견인: 핵융합 연구개발 과정에서 파생되는 초전도 자석, 첨단 소재, 로봇 공학, 인공지능, 플라즈마 응용 기술 등은 관련 산업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 미래 에너지 수요 충족: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등장에 대응하여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  

결론: 인공태양을 향한 인류의 담대한 여정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궁극의 에너지원'입니다. 바닷물을 연료로 태양과 같은 원리를 이용하여 깨끗하고 안전하며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비전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실현까지는 1억 도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재료를 개발하며, 연료인 삼중수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등 인류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기술적 장벽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는 어느 한 국가나 연구기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ITER와 같은 국제적인 협력과 KSTAR와 같은 국가적 노력, 그리고 최근 부상하는 민간 기업들의 혁신적인 도전이 모두 필요한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여정입니다.

비록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할지라도, 핵융합이라는 '인공태양'을 지구상에 구현했을 때 얻게 될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거대한 보상은 우리가 이 담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핵융합 에너지 연구개발의 최신 동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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