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깨끗한 열쇠 : 수소 에너지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나 주변에서 '탄소중립', '친환경 에너지' 이야기가 많이 들리죠?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가 화석 연료를 대체할 깨끗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소 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의 핵심 주자로 떠오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수소는 단순히 새로운 연료가 아니라, 전기를 만들기 어려운 산업 분야나 장거리 운송 분야까지 탄소 배출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돕는 다재다능한 '에너지 운반체(Energy Carrier)'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치 택배 기사처럼, 다른 에너지원에서 얻은 에너지를 필요한 곳까지 깨끗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하지만 '수소 에너지' 하면 왠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시나요? 수소차가 안전한지, 정말 친환경적인지 궁금한 점도 많으실 겁니다. 그래서 오늘, 수소 에너지가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서는 수소 시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미래 에너지의 열쇠, 수소 에너지의 세계로 함께 떠나볼까요?
Section 1: 수소 에너지, 대체 뭔가요? 기본 원리부터 알아봐요
수소 에너지 정의
먼저 수소 에너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게요. 수소(H₂)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지만, 지구에서는 물(H₂O), 메탄(CH₄) 같은 천연가스, 석유, 나무 등 다양한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수소 에너지는 바로 이 화합물들에서 수소를 분리해내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소는 석탄이나 석유처럼 땅속에서 바로 캐내어 쓰는 1차 에너지가 아니라, 물이나 천연가스 같은 1차 에너지원을 이용해 만들어야 하는 2차 에너지, 즉 '에너지 운반체'라는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땅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백색 수소'에 대한 탐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 현재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수소 에너지는 대부분 인공적으로 생산된 수소를 의미합니다.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매개체로서 수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죠.
에너지 생성 원리
그렇다면 수소는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낼까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연소: 수소는 불에 잘 타는 기체입니다. 천연가스처럼 직접 태워서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수소는 무게당 에너지 발생량이 석유보다 3배 이상 높아서 매우 효율적인 연료입니다.
- 연료전지 (Fuel Cell): 수소 에너지 활용의 핵심 기술은 바로 '연료전지'입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마치 물을 전기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나오는 것의 정반대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연료전지 내부에서는 수소(H₂)가 수소 이온(H+)과 전자(e-)로 분리되고, 이 전자가 외부 회로를 통해 이동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수소 이온은 전해질 막을 통과해 반대편에서 산소(O₂)와 만나 물(H₂O)을 생성합니다. 이 방식은 화학 에너지를 직접 전기로 바꾸기 때문에,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기존 엔진보다 효율이 높을 수 있습니다.
수소를 태우는 연소 방식은 일부 산업용 열 생산에 사용될 수 있지만,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해서는 연료전지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소하면 물만 남는다고?
수소 에너지의 가장 큰 매력은 '깨끗함'입니다. 수소 연료전지에서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오직 순수한 물(H₂O)만 배출됩니다. 이산화탄소(CO₂), 황산화물(SOx),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죠.
만약 수소를 직접 태우는 경우에도, 공기 중의 질소와 고온에서 반응하여 아주 적은 양의 질소산화물(NOx)이 생성될 수 있지만, 화석 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다양한 오염 물질에 비하면 훨씬 깨끗합니다. 특히 연료전지는 연소 과정보다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질소산화물 발생도 거의 없어, 사용 단계에서는 사실상 완벽한 무공해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수소 자체를 사용하는 과정은 깨끗하지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수소 에너지가 진정으로 친환경적인지는 '어떻게 수소를 생산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이 중요한 생산 방식에 대해서는 다음 섹션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Section 2: 수소는 어떻게 만들까? 무지개색 수소 이야기
수소 에너지가 깨끗하다고 하지만, 그 수소를 만드는 과정까지 깨끗해야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있겠죠? 현재 수소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생산 방식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마치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로 구분합니다. 크게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로 나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색깔의 수소들이 있습니다.
회색(그레이) 수소: 현재 주류지만 탄소 배출은 숙제
- 생산 방식: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약 95~96%를 차지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주로 천연가스(주성분: 메탄, CH₄)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H₂)와 이산화탄소(CO₂)를 얻는 '수증기 메탄 개질(SMR: Steam Methane Reforming)' 기술을 사용합니다. 석탄을 가스화하여 만드는 '브라운/블랙 수소'도 있지만, 이 방식은 탄소 배출량이 훨씬 더 많습니다.
- 환경 영향: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SMR 방식의 경우, 수소 1kg을 생산할 때 약 1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이름처럼 '회색'빛이 도는, 즉 환경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수소인 셈이죠.
- 비용: 기존 기술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현재로서는 가장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청색(블루) 수소: 탄소 배출 줄이기 위한 노력
- 생산 방식: 그레이 수소와 동일하게 천연가스 등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지만,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내보내지 않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을 이용해 따로 모아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 환경 영향: 그레이 수소보다는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CCUS 기술이 100% 완벽하게 탄소를 포집하기는 어렵고 (목표치는 90% 이상이지만 실제 운영 사례에서는 더 낮은 경우도 보고됨 ),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메탄(강력한 온실가스)이 누출될 가능성도 있어 완전한 '탄소 제로'는 아닙니다. 쉘(Shell)과 같은 기업은 자체적인 블루 수소 공정(POx 기반)이 기존 SMR/ATR 방식보다 탄소 발자국과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 비용 및 역할: CCUS 설비 때문에 그레이 수소보다는 비싸지만, 현재로서는 그린 수소보다 저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린 수소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 단계의 '징검다리' 또는 '과도기적' 기술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대규모 CCUS 인프라 투자가 필요합니다.
녹색(그린) 수소: 진정한 친환경 미래 에너지
- 생산 방식: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물(H₂O)을 전기분해(수전해)하여 수소(H₂)와 산소(O₂)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환경 영향: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입니다.
- 비용 및 과제: 현재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과 수전해 설비 비용이 비싸고 효율도 개선이 필요해 가장 생산 단가가 높습니다. 특히 어느 지역에서 생산하는지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린 수소 생산 비용도 지역별 편차가 큽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수전해 설비 공장이 필요합니다.
- 기술: 핵심 기술은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설비이며, 알칼라인(AEC), 고분자전해질(PEMEC), 고체산화물(SOEC) 등 다양한 방식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특히 SOEC 방식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다양한 색깔의 수소들
- 브라운/블랙 수소: 석탄이나 갈탄을 가스화하여 만듭니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습니다.
- 청록 수소: 메탄을 고온에서 열분해(CH₄ → C + 2H₂)하여 만듭니다. 이산화탄소 대신 고체 탄소가 부산물로 나옵니다.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가 친환경적이어야 합니다.
- 핑크/퍼플/레드 수소: 원자력 발전을 이용해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만듭니다. 탄소 배출은 적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 황색 수소: 오직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기로만 물을 전기분해하여 만듭니다.
- 백색/골드/자연 수소: 땅속 깊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존재하는 수소입니다. 물과 철이 풍부한 암석이 반응(사문암화)하거나 방사선에 의해 물이 분해되는 등의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최근 프랑스,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탐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 잠재 매장량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대규모 백색 수소 매장지가 발견된다면, 생산 과정 없이 바로 얻을 수 있어 매우 저렴하고 (생산 비용 $0.5~$1/kg 추정 ) 탄소 배출도 거의 없는 획기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화석 연료와 달리 자연적으로 계속 생성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아직은 초기 탐사 단계라 불확실성이 크지만, 미래 수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환경 영향 및 비용 비교
구분
|
생산 방식
|
주 원료
|
장점
|
단점
|
현재 상태/전망
|
그레이 수소
|
수증기 메탄 개질(SMR), 석탄 가스화 등
|
천연가스, 석탄
|
현재 가장 저렴, 기술 성숙
|
높은 탄소 배출로 친환경성 문제
|
현재 생산량의 95% 이상 차지 , 탄소 배출 규제 강화 시 경쟁력 약화
|
블루 수소
|
그레이 수소 생산 + 탄소 포집(CCUS)
|
천연가스, 석탄
|
그레이보다 친환경적, 그린보다 저렴 (현재)
|
CCUS 비용 및 효율성/영구성 문제, 인프라 필요
|
그린 수소 전환 과도기 역할 기대 , CCUS 기술 발전 및 비용 하락 필요
|
그린 수소
|
재생에너지 이용한 수전해
|
물, 재생에너지
|
진정한 친환경 수소, 원료(물) 풍부
|
현재 생산 비용 높음, 대규모 재생에너지/수전해 설비 필요
|
궁극적 목표, 재생에너지 및 수전해 기술 발달로 2030년대 가격 경쟁력 확보 전망
|
백색 수소
|
자연 발생 (지질학적 과정)
|
(자연 발생)
|
매우 저렴한 생산 비용 가능성 ($0.5~$1/kg) , 자연 재생 가능성
|
매장량 및 경제적 채굴 가능성 불확실, 초기 탐사 단계
|
최근 탐사 급증, 상업적 성공 시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
|
결국 어떤 색깔의 수소를 사용하느냐가 수소 에너지의 친환경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현재는 그레이 수소가 대부분이지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블루 수소를 거쳐 궁극적으로 그린 수소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어떤 색깔의 수소 기술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인프라를 구축할지 전략적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루 수소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화석 연료 의존성을 유지하고 그린 수소로의 전환을 늦출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또한, 그린 수소는 이상적이지만 생산 비용을 낮추고 필요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특히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은 태양광이나 풍력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 앞으로 호주나 중동 같은 지역이 새로운 에너지 수출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떠오르는 백색 수소는 이러한 생산의 딜레마를 해결할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Section 3: 수소 에너지, 왜 주목받을까? 장점 파헤치기
수소 에너지가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매력적인 장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깨끗한 에너지: 지구를 위한 약속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친환경성입니다.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면 연소 과정 없이 전기와 열을 생산하며, 부산물로는 오직 깨끗한 물(H₂O)만 배출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물론, 미세먼지나 황산화물 같은 대기오염 물질도 전혀 나오지 않죠. 물론, 수소를 만드는 과정(특히 그레이 수소)에서 탄소가 배출될 수 있지만, 그린 수소를 사용한다면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진정한 '탄소 제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화가 어려운 중공업이나 장거리 운송 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적인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높은 에너지 효율/밀도
수소는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집니다. 무게당 에너지 저장 능력(질량 에너지 밀도)이 매우 뛰어나, 같은 무게의 휘발유나 석유보다 3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무게가 중요한 비행기나 우주선 연료로 수소가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수소는 가볍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부피당 에너지 밀도는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하려면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액체로 만들어야 하죠.
또한, 연료전지는 화학 에너지를 직접 전기로 변환하기 때문에, 중간에 열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는 내연기관보다 이론적으로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열까지 활용하는 열병합발전(CHP) 시스템의 경우, 전체 에너지 효율을 80~90%까지 높일 수도 있습니다.
저장과 운송 용이성
수소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능력에서도 뛰어난 유연성을 보여줍니다.
- 다양한 저장 형태: 기체 상태 그대로 고압 탱크에 저장할 수도 있고 (수소차에 주로 사용 ), 영하 253도의 극저온으로 냉각하여 액체 상태로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액체 수소는 기체일 때보다 훨씬 작은 부피에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암모니아(NH₃)나 액상 유기 화합물(LOHC) 같은 다른 물질과 결합시켜 화학적으로 저장하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 장기간·대용량 저장: 전기는 대규모로 장기간 저장하기 어렵고 배터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 방전되는 단점이 있지만 , 수소는 (특히 암모니아나 LOHC 형태로) 장기간 보관해도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전기가 남을 때 수소로 바꿔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기로 바꿔 쓰는 '계절 간 에너지 저장'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 운송: 생산된 수소는 파이프라인(기존 천연가스 배관 활용 가능성 검토 중 ), 수소 튜브 트레일러(압축가스 운반 ), 탱크로리(액체수소 또는 암모니아 운반), 선박(액체수소 또는 암모니아 운반 )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한 곳까지 운송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소는 전기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재생에너지 시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중요한 에너지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풍부한 원료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인 그린 수소의 경우, 주원료는 바로 '물'입니다. 물은 지구 표면 어디에나 풍부하게 존재하므로, 특정 지역에 편중된 화석 연료와 달리 자원 고갈 걱정이 없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물을 분해하기 위한 깨끗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원료 자체는 무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종합해 볼 때, 수소 에너지는 단순한 대체 연료를 넘어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 생산, 운송, 산업, 건물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의 핵심 요소로서, 사회 전체의 탈탄소화를 가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Section 4: 장점만 있을까? 단점과 넘어야 할 과제들
수소 에너지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수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단점과 과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직은 비싼 생산 비용
현재 수소 에너지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생산 비용입니다.
- 그린 수소: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그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지만,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과 수전해 설비 비용이 비싸 생산 단가가 높습니다. 특히 어느 지역에서 생산하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게 납니다.
- 블루 수소: 그레이 수소 생산 공정에 탄소 포집(CCUS) 설비를 추가하는 블루 수소는 현재 그린 수소보다는 저렴할 수 있지만, CCUS 설비 자체의 비용과 포집한 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 경제성 확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전기 등)가 생산된 수소가 가진 에너지보다 더 많은 경우가 많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저장·운송의 기술적 어려움
수소는 가볍고 부피가 크다는 특성 때문에 저장하고 운송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 낮은 부피 에너지 밀도: 기체 상태의 수소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아, 많은 양을 저장하려면 아주 큰 탱크가 필요하거나, 자동차용 탱크처럼 700기압(bar) 이상의 초고압으로 압축해야 합니다. 고압 탱크는 탄소섬유 등 비싼 재료로 만들어야 하고 무게도 무겁습니다.
- 액화의 어려움: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수소를 액체로 만들려면 영하 253℃라는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수소 에너지의 30~35% 소모 ), 특수 단열 용기와 설비가 필요하며 비용도 많이 듭니다. 저장 중 일부가 자연적으로 기화되어 손실되는 '보일오프(Boil-off)' 현상도 문제입니다.
- 화학적 저장의 효율 손실: 암모니아나 LOHC 같은 화학적 운반체 형태로 저장하면 저장·운송은 용이해지지만 , 수소를 저장할 때(수소화)와 다시 꺼내 쓸 때(탈수소화) 화학 반응을 거쳐야 하므로 에너지 변환 손실이 발생하여 전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한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파이프라인 문제: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수소 운송에 활용하려면 수소로 인해 배관이 약해지는 '수소 취성'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고, 새로운 수소 전용 배관을 건설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러한 저장·운송 기술의 한계는 수소의 최종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되며, 특히 수소차나 장거리 에너지 운송의 실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부족한 인프라
수소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수소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려면 수소를 만들고, 저장하고, 운송하고, 충전하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소차를 사려는 사람은 충전소가 부족해서 망설이고, 충전소를 지으려는 사업자는 수소차가 많지 않아 투자를 망설이는 '닭과 달걀'의 문제가 있습니다.
- 높은 초기 투자 비용: 수소 생산 시설, 파이프라인, 저장 시설, 충전소 등을 건설하는 데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듭니다. 예를 들어 수소 충전소 하나를 짓는 데 약 30억 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사회적 합의와 지원 필요: 대규모 인프라 구축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사회적 합의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안전 문제와 기술적 허들
- 안전성: 수소는 공기 중에 4~75% 농도로 섞여 있을 때 불이 붙을 수 있고, 아주 작은 불꽃에도 쉽게 발화할 수 있어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색깔과 냄새가 없어 누출 시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수소는 매우 가벼워 누출되더라도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면 폭발 위험은 낮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수소차의 저장 탱크는 엄격한 안전 기준에 따라 제작되어 충격에도 강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엄격한 안전 기준과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술 성숙도: 수증기 개질(SMR)이나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등 일부 기술은 상당히 성숙했지만,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 액화수소 저장·운송 기술, 수소 터빈, 연료전지의 내구성 향상 등은 아직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이 더 필요한 분야입니다.
원료 및 효율 문제
- 화석 연료 의존성: 현재 주로 생산되는 그레이 수소와 블루 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원료로 사용합니다. 이는 화석 연료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고,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메탄 누출 등 )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를 가집니다.
- 에너지 효율: 수소 에너지는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다시 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드는 과정의 전체 효율(Round-trip efficiency)은 직접 전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특히 수소차의 총 에너지 효율(Well-to-Wheel)은 전기차보다 낮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처럼 수소 에너지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 어느 한 부분만 해결해서는 안 되고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안전, 인프라 등 전반에 걸친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 사회적 수용성 확보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이 다소 낮더라도 배터리나 전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특정 분야(장거리 운송, 산업 공정, 장기 에너지 저장 등)에서는 수소가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각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분야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Section 5: 수소 에너지, 어디에 쓰일까? 주요 활용 분야와 기술
수소 에너지는 그 다재다능함 덕분에 우리 생활과 산업 곳곳에서 활약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활용 분야와 관련 기술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수소 모빌리티: 수소차부터 선박, 항공까지
수소는 특히 운송 분야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수소전기차 (FCEV): 가장 대표적인 활용 분야입니다.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며, 배기가스 대신 물만 배출합니다. 긴 주행거리(예: 넥쏘 600km 이상 )와 빠른 충전 시간(약 5분 )이 장점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넥쏘', 토요타의 '미라이' 등이 이미 상용화되어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차량 가격이 비싸고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 상용차 (트럭, 버스): 전기 배터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대형 트럭이나 장거리 버스 분야에서 수소 연료전지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행거리, 화물 적재량, 충전 시간 등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 버스와 트럭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열차: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노선을 운행하는 디젤 기관차를 대체하기 위해 수소 연료전지 열차 개발 및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 선박: 국제 해운 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연료전지를 사용하거나, 수소 또는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 개발도 중요합니다.
- 항공 (UAM/드론/비행기): 수소는 무게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아 항공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큽니다. 도심항공교통(UAM), 드론 등 소형 항공기에는 연료전지 시스템 적용 연구가 활발하며 , 대형 항공기의 경우 액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수소 발전: 깨끗한 전력 생산
- 분산형 연료전지 발전: 건물, 공장, 데이터센터 등 전력 소비처 근처에 연료전지를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전기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 등에 활용하는 열병합발전(CHP)이 가능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용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두산퓨얼셀, 포스코퓨얼셀(구 한국퓨얼셀), 에스퓨얼셀 등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PAFC, MCFC, PEMFC, SOFC)의 연료전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 대규모 수소 터빈 발전: 기존의 천연가스 발전소 터빈을 개조하거나 새로 개발하여 수소 또는 수소와 천연가스를 섞은 연료(혼소)를 태워 대규모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기술 개발 단계에 있지만, 기존 발전 인프라를 활용하여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수소 혼소율 50% 달성 등의 목표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 재생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안정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 남는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여 저장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저장된 수소를 이용해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산업 분야의 혁신: 제철, 화학 등
수소는 산업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화학 원료: 이미 암모니아(비료 원료)나 메탄올 생산, 석유 정제 공정 등에서 수소가 중요한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정에 사용되는 수소를 그레이 수소에서 그린 수소나 블루 수소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고온 열원: 시멘트, 유리 생산 등 높은 온도가 필요한 산업 공정에서 화석 연료 대신 수소를 연소시켜 열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 수소환원제철: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용광로 방식은 석탄(코크스)을 사용하여 철광석(산화철)에서 산소를 분리해 철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여 철광석과 반응시키면, 이산화탄소 대신 깨끗한 물(H₂O)만 생성됩니다.
- 포스코 HyREX 기술: 우리나라의 포스코는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하이렉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포스코가 이미 상용화한 파이넥스(FINEX) 공법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100% 수소와 직접 반응시키는 방식입니다. 유럽 등에서 개발 중인 샤프트환원로 방식이 철광석을 펠릿(Pellet) 형태로 가공해서 사용하는 것과 달리 , HyREX는 가공되지 않은 분광(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원료 확보가 용이하고 펠릿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수소 환원 반응 시 필요한 열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고 제어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2027년까지 시험 설비를 준공하고 기술 검증을 완료하여 미래 철강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 반도체 제조: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도 고순도의 수소가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처럼 수소 에너지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에너지 시스템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각 분야마다 기술적 성숙도와 경제성, 그리고 다른 기술과의 경쟁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수소가 최적의 해결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승용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이미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수소차와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장거리 대형 트럭이나 선박, 항공 분야, 그리고 철강과 같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는 수소가 가진 고유한 장점 때문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소 생산부터 최종 활용까지 이어지는 전체 가치 사슬(Value Chain)에서 기술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수소 활용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경제성 있는 청정 수소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없다면 상용화는 요원할 것입니다. 반대로 수소 생산 기술만 발전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기술이 없다면 수소 경제는 꽃피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Section 6: 세계는 수소 경제로! 주요국의 정책과 투자 현황
수소 경제를 향한 움직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주요 국가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미래 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수소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 등을 통해 글로벌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동향 및 IEA 보고서 요약
- 수요 증가: 전 세계 수소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에는 9,700만 톤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1년 9,400만 톤에서 증가한 수치입니다. 미래에는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넷제로 시나리오 하에서는 2030년에 약 1억 5천만 톤 , 2050년에는 6억 톤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저배출 수소의 더딘 성장: 수요는 늘고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적거나 없는 '저배출 수소'(블루/그린 수소 등)의 비중은 아직 매우 낮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수소 생산량의 1% 미만에 불과합니다.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저배출 수소 비중을 45%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지만 ,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입니다.
- 투자 확대: 저탄소 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5억 달러가 투자되었으며, 특히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전해 설비 투자가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요구하는 투자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각국 정부의 R&D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정책 강화: 2024년 말 기준으로 58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 공동체(EU 등)가 국가 수소 전략을 발표했으며 ,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4%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각국 정부는 청정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수소 활용 시장 창출, 인프라 구축 지원,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프로젝트 추진: 많은 저배출 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있지만, 실제 최종 투자 결정(FID)까지 이어진 경우는 아직 소수에 불과합니다 (약 4% ). 수요처 확보의 불확실성, 높은 비용, 규제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인프라 구축: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 건설 및 기존 가스 배관 활용 방안 , 수소 저장 시설, 수출입 터미널 등 인프라 구축 계획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주요 국가 정책 및 투자 사례
-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청정 수소 생산 시 kg당 최대 3달러의 파격적인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대규모 '수소 허브'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백색 수소 탐사에도 적극적입니다.
- 유럽연합(EU): 'REPowerEU' 계획 등을 통해 그린 수소 생산 및 수입 목표를 설정하고, 유럽 공통 중요 프로젝트(IPCEI), 유럽 회복 계획(RRP), H2Global 경매 제도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가 간 수소 파이프라인 연결 등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으며, 저탄소 수소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일본: 해외 청정 수소(액화수소, 암모니아 등) 도입을 위한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 호주, 중동과의 협력 ). '수소사회추진법'을 제정하여 생산 차액 지원 등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연료전지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 중국: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이자 소비국입니다. 수전해 설비 용량 확대와 수소차 보급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수소 발전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 호주: 풍부한 태양광,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및 수출 기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호주 그린 에너지 허브(Western Green Energy Hub)' 등 세계적인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 생산 세제 혜택 등 지원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 영국: 국가 수소 전략을 통해 저탄소 수소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수소 할당 라운드(HAR)' 제도를 통해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법 2023'을 통해 규제 정비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주요 글로벌 프로젝트 소개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그린 수소 생산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 호주 서호주 그린 에너지 허브 (WGEH): 5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로 연간 350만 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 중동 NEOM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4GW 규모의 재생에너지로 연간 21만 9천 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하여 그린 암모니아 형태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 유럽 프로젝트: 독일의 'AquaVentus' , 네덜란드의 'NortH2' , 덴마크의 'BrintØ Green Hydrogen Island' 등 북해 해상풍력을 활용한 10GW급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프로젝트들이 2030년대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스페인 푸에르토야노(Puertollano)에서는 100MW 태양광과 20MW 수전해 설비를 갖춘 그린 수소 플랜트가 이미 가동 중입니다.
- 아프리카 프로젝트: 모리타니에서 CWP Global 등이 주도하는 30GW급 'Aman' 프로젝트 와 10GW급 '누악쇼트 프로젝트' 등이 추진 중입니다.
- 중국 프로젝트: 닝샤 바오펑 에너지 그룹(200MW급) , 시노펙 신장 플랜트(260MW급) 등 대규모 수전해 설비가 이미 운영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수소 경제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IRA와 같은 강력한 정책은 글로벌 투자를 유인하고 기술 개발 경쟁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프로젝트들이 최종 투자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는 점 은, 수소 시장의 불확실성, 특히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이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린 수소 생산 잠재력이 높은 국가와 기술력을 가진 국가 간의 협력 및 경쟁 관계가 심화되면서, 수소를 둘러싼 새로운 국제 에너지 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ection 7: 대한민국 수소 경제,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도 수소 경제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소 경제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겠습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목표
우리나라 수소 경제 정책의 청사진은 2019년 1월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로드맵은 2040년까지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수소 경제로의 이행 의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 주요 목표 (2019년 로드맵 기준):
- 수소전기차: 2040년까지 620만 대 생산 (내수 290만 대)
- 수소충전소: 2040년까지 1,200개소 구축
- 발전용 연료전지: 2040년까지 15GW 보급
- 수소 공급 가격: 2040년까지 kg당 3,000원 달성
- 경제적 효과: 2040년까지 연간 43조 원 부가가치 및 42만 명 고용 창출
이후 2020년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2021년) 발표 ,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 발표(2022년) 등을 통해 정책이 구체화되고 일부 목표가 수정되기도 했지만, 탄소중립 달성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수소 경제 이행이라는 큰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초기에는 그레이/부생수소 활용에 무게를 두었다면, 점차 블루/그린 수소 중심의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으로 정책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정책과 지원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 법·제도 기반 마련: '수소법'을 통해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제 도입, 청정수소 사용 의무화(CHPS),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 R&D 투자 확대: 수소 생산(수전해, CCUS 등), 저장·운송, 연료전지, 안전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R&D 투자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2024년 수소 분야 R&D 예산은 전년 대비 크게 증액되었습니다.
- 생산·공급 지원: 청정수소 생산 비용과 기존 연료 비용 간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며 , 국내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수전해, 탄소포집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정적인 수소 확보를 위해 호주 등 해외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공급망 구축(H2 STAR 프로젝트 등)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수요 창출 및 보급 확대: 수소차 구매 보조금(대당 3천만 원 이상 지원 사례 ), 수소충전소 구축 보조금(개소당 30억 원 지원 사례 ) 등을 통해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을 개설하여 발전 부문의 수소 사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 인프라 구축: 전국적인 수소충전소 네트워크 구축 , 수소 배관망 확대 , 기존 주유소 등을 활용한 융복합 충전소(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규제 개선: 수소 생산 시설 및 충전소 건설 관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 , 수소 셀프 충전 허용 실증 등 규제 개선 노력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 현황과 성과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수소 경제 여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 수소 모빌리티: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소전기차(넥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판매 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 스택 등 핵심 부품 기술을 내재화했으며 , 수소 트럭, 버스 등 상용차 분야로 기술 개발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 연료전지 발전: 발전용 연료전지 누적 설치 용량 세계 1위(1GW 돌파 )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두산퓨얼셀(PAFC/SOFC), 포스코퓨얼셀(MCFC), 에스퓨얼셀(PEMFC), SK에코플랜트(SOFC와 블룸에너지 협력) 등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다양한 타입의 연료전지를 생산·공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건물용 연료전지의 낮은 가동률 문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 수소 생산: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 활용 기술은 우수하지만,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 특히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은 아직 선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선도국 대비 60% 수준 ). 정부와 기업들은 수전해(PEM, SOEC 등) 및 탄소포집형 개질수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저장·운송: 고압 수소 저장 탱크 기술은 상당 수준 확보했으나, 액화수소, 암모니아, LOHC 등 대용량 저장·운송 기술은 아직 개발 및 실증 단계에 있습니다.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 인프라도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 산업 활용: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HyREX) 개발은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적인 노력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소 경제 전략은 자동차, 발전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적극 활용하여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 이를 바탕으로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수소 생산(특히 그린 수소) 및 저장·운송 분야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 그린 수소 생산 잠재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해외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공급망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투자가 특정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이나, 높은 비용 부담과 기술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따라서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라는 과제와 더불어, 수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하고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Conclusion: 수소 사회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
지금까지 수소 에너지의 기본 원리부터 생산 방식, 장단점, 활용 분야, 그리고 국내외 정책 동향까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수소 에너지는 연료전지를 통해 사용할 때 물 외에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깨끗함,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 저장 능력, 그리고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 및 운송 분야의 탈탄소화 가능성 등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잠재력을 가진 에너지원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아직은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이 비싸고 , 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 , 그리고 전국적인 충전 및 공급 인프라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 세계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투자가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수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HyREX와 같은 혁신적인 산업 기술 개발 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청정 수소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 관련 인프라를 차질 없이 구축하며 , 안전 기준을 강화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수소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소 사회로의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을 넘어, 우리 산업 구조와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비록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수소 에너지가 가져올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수소 에너지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