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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

아만시오 오르테가: 자라(Zara) 제국을 세운 패션계의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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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無)에서 런웨이까지: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보이지 않는 성공 신화

서론: 역설적인 거인

세계 패션계의 거대한 지형도 속에는 역설적인 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세계 최대 패션 유통 기업 중 하나인 인디텍스(Inditex) 그룹의 창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다. 그의 이름은 자라(Zara)라는 브랜드와 동의어처럼 여겨지지만, 정작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극도로 기피하는 삶을 살아왔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패션 제국을 건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는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면서도 ,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는 수십억 달러 브랜드 뒤에 숨겨진 인물,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삶과 그가 남긴 복잡한 유산을 탐구하고자 한다.

가난의 그림자: 궁핍 속에서 싹튼 야망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1936년, 스페인 내전의 혼란 속에서 레온 지방의 작은 마을 부스동고 데 아르바스에서 태어났다. 철도원 아버지와 가정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속에서 자랐다. 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12살 때 어머니를 따라 식료품점에 갔다가 가게 주인이 "더는 외상으로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목격한 순간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굴욕적인 경험은 어린 오르테가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 가난에서 벗어나 가족의 안정을 확보하겠다는 평생의 결의를 다지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결국 13세 혹은 14세의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의 항구 도시 라 코루냐로 이주했다.

오르테가의 강렬한 성공 욕구는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야망을 넘어,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과 사회적 불공평함("부유한 여성들만 잘 차려 입는 것이 불공평하다" )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훗날 자라가 추구하게 될 '패션의 민주화' 라는 철학, 즉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신 유행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핵심 가치와 깊이 연결된다. 그의 사업 모델은 단순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사회적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옷감 너머를 배우다: '갈라'에서의 견습 생활

라 코루냐에서 오르테가는 1949년경 '갈라(Gala)'라는 이름의 지역 셔츠 가게에서 점원 또는 배달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대학'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옷을 직접 만드는 기술 , 옷감에 대한 이해, 고객 응대법을 배웠고, 동시에 전통적인 의류 사업의 비효율성을 목격했다. 이후 그는 '라 마하(La Maja)'라는 다른 옷 가게로 옮겨 일하며 미래의 첫 부인이자 사업 파트너가 될 로살리아 메라를 만났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오르테가의 경험 은 오히려 그에게 독특한 학습 방식을 길러주었다. 그는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며,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많이 듣고", "직업을 대학으로 삼았다" )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했다. 이는 훗날 그가 매장 현장의 피드백을 중시하고, 사무실보다는 공장이나 매장에서 직접 일하기를 선호했던 경영 스타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비공식적' 교육 방식이 역설적으로 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현장 중심의 빠른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한 셈이다.

창업의 첫 땀: 콘펙시오네스 고아 설립

1963년, 오르테가는 자신의 이니셜을 뒤집어 이름 지은 첫 회사 '콘펙시오네스 고아(Confecciones Goa)'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당시 유행하던 퀼트 목욕 가운을 만들었으며 , 지역 여성들의 재봉 협동조합을 활용해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그의 사업 수완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기 있는 아이템을 빠르게 파악하고 , 중간 상인을 배제하며 , 초기부터 공급망을 직접 통제하려 했으며 ,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여 10년 만에 직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

 

2. 자라 & 인디텍스: 패스트 패션 혁명을 직조하다

자라의 탄생 (1975): 단순한 가게 그 이상

1975년, 오르테가는 라 코루냐에 첫 번째 자라 매장을 열었다. 매장 이름은 원래 그가 좋아했던 영화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서 따온 '조르바(Zorba)'였으나, 근처에 같은 이름의 술집이 있어 '자라(Zara)'로 변경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자라의 탄생은 단순한 매장 오픈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이는 오르테가가 제조업자에서 소매업자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으며 , 그의 핵심 비전을 구체화하는 시작이었다. 즉, 인기 있는 고급 패션의 디자인을 빠르게 반영하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세련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패션의 민주화' 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자라는 개점 초기부터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스페인 전역으로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예: 1983년까지 9개 매장 오픈 ).

인디텍스 제국의 건설 (1985년 이후)

급격한 성장과 국제 시장 진출을 관리하기 위해, 오르테가는 1985년 지주회사인 인디텍스(Inditex, Industria de Diseño Textil S.A.)를 설립했다. 인디텍스 설립은 그의 패션 제국 건설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였다. 1988년 포르투갈 포르투에 첫 해외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 1989년 뉴욕, 1990년 파리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로 빠르게 뻗어나갔다.

오르테가는 자라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인디텍스 산하에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는 각기 다른 취향과 연령대의 소비자를 공략하면서도 인디텍스의 핵심 운영 역량(물류, 공급망 효율성)을 활용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브랜드 확장 전략은 인디텍스를 단순한 자라의 모회사가 아닌, 다각화된 글로벌 패션 그룹으로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표 1: 인디텍스 브랜드 포트폴리오

 
브랜드
설립/인수 연도
주요 특징/타겟 시장
Zara
1975년 설립
그룹 대표 브랜드, 남성/여성/아동 패스트 패션
Pull&Bear
1991년 설립
젊은층 대상 캐주얼 및 스트리트 패션
Massimo Dutti
1991년 인수
초기 남성복, 이후 여성/아동복 확장, 클래식하고 세련된 스타일, 상대적 고가 라인
Bershka
1998년 설립
도시적이고 트렌디한 젊은층 패션
Stradivarius
1999년 인수
젊은 여성을 위한 캐주얼 및 여성스러운 스타일
Oysho
2001년 설립
란제리, 라운지웨어, 스포츠웨어
Zara Home
2003년 설립
홈 텍스타일 및 인테리어 소품
(Uterqüe)
(2008년 설립)
(액세서리 중심, 이후 Massimo Dutti에 통합)
(Lefties)
(1993년 설립)
(초기 Zara 재고 판매, 현재 독립 브랜드)

 

  • 속도와 반응성: 모델의 핵심은 최신 유행을 반영한 제품을 놀라운 속도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디자인 구상부터 매장 진열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주에 불과하며 , 이는 업계 평균인 수개월 과 비교할 때 혁명적인 속도다. 매장에는 일주일에 두 번 신상품이 입고되고 , 재고는 빠르게 회전한다 (2주 내 70% 교체 , 1주 판매 부진 시 즉시 철수 , 최대 4주 진열 ). 오르테가는 "옷 장사는 생선 장사와 같다. 유행이 지난 옷은 어제 잡은 생선처럼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말하며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고객 피드백 루프: 자라의 속도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스템 덕분에 더욱 강력해진다.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 데이터와 고객 반응(어떤 옷을 입고 오는지, 무엇을 찾는지 등)이 실시간으로 스페인 본사의 디자인팀에 전달된다. 매장 관리자들은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현장의 트렌드 분석가 역할을 수행하며 , 이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디자인 수정과 신제품 개발에 반영되어 시장 예측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 수직 통합과 물류: 인디텍스는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가치 사슬의 대부분을 직접 통제한다. 이는 아웃소싱에 크게 의존하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특히 생산의 상당 부분(50~60% 이상)을 인건비가 높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등 인접 지역에서 수행하는 전략적 결정은 속도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스페인에 위치한 고도로 자동화된 중앙 물류센터("더 큐브" 또는 아르테익소 등)는 전 세계 매장에 48시간 내 배송을 목표로 운영된다.
  • 기술 도입 (RFID): RFID(무선 주파수 인식) 기술의 도입은 자라의 운영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각 의류에 부착된 RFID 태그를 통해 실시간 재고 추적이 가능해졌고 , 재고 불일치를 줄이고 상품 보충 속도를 높였다. 또한, 수작업으로 40시간 이상 걸리던 재고 조사를 5시간으로 단축시켜 직원들이 고객 응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으며 , 고객들은 온라인이나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의 재고 유무와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인터랙티브 거울이나 셀프 계산대 도입 등 고객 경험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 전략적 희소성과 최소 광고: 자라는 소량 생산과 빠른 상품 회전을 통해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 이는 고객들의 잦은 매장 방문(연평균 17회, 경쟁사 평균 4회 )을 유도한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자라는 광고에 거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 (매출의 0.3%, 업계 평균 3~4% ). 대신 목 좋은 곳에 위치한 매장 자체를 광고판이자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 활용하며 , 높은 정가 판매율(85%, 업계 평균 60% )과 낮은 재고율(10% 미만, 업계 평균 17~20% )을 유지하며 모델의 효율성을 증명한다.

자라의 '패스트 패션'은 단순히 속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속도, 고객 피드백, 수직 통합, 기술(RFID), 마케팅(혹은 비-마케팅) 전략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한 요소라도 제거된다면 전체 모델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자라의 성공을 모방하려는 시도가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속도를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디텍스 그룹의 파블로 이슬라 전 회장과 같은 경영진은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패스트 패션'이 가진 일회성 소비나 환경 문제 등 부정적인 함의에서 벗어나, '정확성', '유연성', '고객 중심'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전략적인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다.

 

3. 블루 블레이저를 입은 억만장자: 부, 은둔, 그리고 자선

제국의 가치 측정: 오르테가의 막대한 부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세계 최고 부호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종종 10위권 또는 15위권 내에 랭크된다. 그의 순자산은 출처와 시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근 포브스나 블룸버그 등의 발표에 따르면 2024-2025년 기준으로 약 1,030억 달러에서 1,340억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한때는 빌 게이츠를 잠시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부의 원천은 대부분 인디텍스 그룹의 지분 약 60%에서 나온다. 그는 인디텍스로부터 매년 막대한 배당금을 받는데, 최근에는 그 규모가 연간 30억 유로(약 4,0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폰테가데아: 조용한 부동산 제국

오르테가는 인디텍스 배당금을 재투자하기 위해 개인 투자 회사인 폰테가데아(Pontegadea Inmobiliaria/Inversiones)를 운영한다. 폰테가데아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부동산 제국을 구축했다. 이 회사의 주요 전략은 전 세계 주요 도시(마드리드, 런던, 뉴욕 등)의 핵심 상업 및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가치는 150억 유로에서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 마드리드의 토레 피카소(Torre Picasso)와 토레 세프사(Torre Cepsa) ,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주요 건물 , 아마존 시애틀 본사 건물 일부 등이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폰테가데아는 자본 보존과 안정적인 임대 수입 확보에 중점을 두며 , 애플,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우량 임차인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렙솔(Repsol)의 재생 에너지 사업이나 스페인, 포르투갈의 에너지 및 통신 인프라(Enagas, REN, Redeia 등)에도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폰테가데아의 존재는 오르테가가 단순히 패션업계 거물을 넘어, 주요 글로벌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자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패션 산업의 변동성에서 벗어나 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성장시키며, 미래 세대에게 부를 이전하고 지속적인 자선 활동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카메라를 피하는 억만장자: 은둔자의 삶

오르테가의 막대한 부와 대조되는 것은 그의 극도로 사적인 삶이다. 그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평생 단 세 명의 기자와만 인터뷰를 했고 , 공식 석상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1999년 또는 2000년까지는 그의 사진조차 공개된 적이 없을 정도였다. "거리에서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만 나를 알아보길 원한다" 또는 "신문에는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을 때, 이렇게 세 번만 이름이 실려야 한다" 는 그의 말은 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그의 생활 방식 또한 놀라울 정도로 소박하다.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항상 비슷한 스타일의 옷(파란색 블레이저, 흰색 셔츠, 회색 바지 - 자라 제품이 아닌 )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 늘 가던 동네 커피숍을 찾으며 , 라 코루냐의 비교적 평범한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그의 취미는 시골 농장에서 닭을 키우거나 승마를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생활 보호와 소박한 생활은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을 넘어, 그가 일군 막대한 부와 명성이 가져올 수 있는 혼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사업 초기의 마음가짐과 현장 감각을 유지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일 수 있다. 이는 그가 평생 일궈온 사업에 계속 집중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관리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만시오 오르테가 재단: 조용한 자선 활동

오르테가는 200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아만시오 오르테가 재단(Fundación Amancio Ortega)'을 설립하여 조용하지만 꾸준히 자선 활동을 펼쳐왔다. 재단은 주로 교육과 사회 복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기부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의료 분야: 스페인 공공 의료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두드러진다. 특히 암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최첨단 의료 장비 구매에 수억 유로를 기부했으며(예: 2017년 3억 2천만 유로 기부 , 양성자 치료기 도입 지원 ), 암 연구 지원 , 스페인 최초의 소아 완화의료 센터 건립 지원 등 공공 의료 서비스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 교육 분야: 스페인 고등학생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1년간 유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규모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 대학 지원 , 코로나19 시기에는 MIT와 협력하여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갈리시아 지역의 유아 교육 센터 건립 등 교육 기회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 사회 복지 분야: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리타스 스페인(Caritas Spain)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예: 2012년 2천만 유로 기부 , 취약 계층 고용 프로그램 지속 지원 ), 스페인 적십자사(Red Cross)와 협력하여 노인 고독 문제 해결 및 디지털 격차 해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 푸드뱅크 연합(FESBAL)의 인프라 개선을 돕는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 공급 사업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 긴급 구호: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대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1억 유로(약 1억 7백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재난 구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오르테가의 자선 활동은 주로 스페인 내 공공 의료, 교육, 사회 복지 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그가 어린 시절 직접 겪었을 법한 가난과 교육 기회 부족, 의료 접근성의 어려움 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 즉, 자신의 부를 활용하여 자신이 경험했던 사회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기회와 안전망을 제공하려는, 개인적인 경험에 깊이 뿌리내린 사회적 책임감의 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4. 인디텍스의 유산: 승계, 영향력, 그리고 패스트 패션의 그림자

다음 세대로의 바통 터치: 새로운 리더십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2011년 인디텍스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당시 부회장이자 CEO였던 파블로 이슬라(Pablo Isla)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었다. 이슬라는 이후 10여 년간 인디텍스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그룹의 성장과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2021년 말, 또 한 번의 중요한 리더십 변화가 발표되었다. 파블로 이슬라가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2022년 4월 1일부로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딸인 마르타 오르테가 페레스(Marta Ortega Pérez)가 그룹의 비상임 회장(Chairwoman)으로, 오스카 가르시아 마세이라스(Óscar García Maceiras)가 CEO로 임명된 것이다. 이는 2011년에 시작된 세대교체 과정의 마무리로 평가받는다.

마르타 오르테가는 인디텍스 그룹 내에서 15년간 다양한 부서를 경험했으며, 특히 자라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 패션 상품 기획, 프리미엄 컬렉션(Zara SRPLS 등) 론칭 및 유명 크리에이티브(스티븐 마이젤 등)와의 협업을 주도해왔다. 또한 개인적으로 예술 및 패션 관련 재단(MOP Foundation)을 운영하는 등 패션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왔다.

새로운 리더십 발표 초기에는 시장의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으나 , 이후 인디텍스는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마르타 오르테가는 취임 이후 그룹의 가치, 팀워크, 높은 기준 설정을 강조하며 과거로부터 배우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우리는 빠르기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민첩하고 유연해지고 싶다" 는 그녀의 발언은, 기존의 '속도' 중심 패러다임에서 미묘한 변화를 시사하며 주목받았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 프리미엄 컬렉션에 강점을 가진 그녀의 배경과 맞물려, 자라와 인디텍스를 단순히 '빠른' 패션이 아닌, '가치 있는' 패션으로 점진적으로 재포지셔닝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또한 '싸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비판을 완화하고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

세계를 엮는 실: 인디텍스의 경제 및 산업 영향력

인디텍스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패션 리더이자 패스트 패션 모델의 선구자로서 , 전 세계 패션 산업과 소비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23/24년 기준 약 213개 시장에서 5,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16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거대 기업이다.

특히 스페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인디텍스는 스페인 최대 고용주 중 하나이며(스페인 내 직원 약 4만 7천 명 ), 주요 납세 기업이고(스페인 내에서만 연간 45억 유로 이상의 세금 기여 ), 대규모 물류 허브 투자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또한 6,600개 이상의 스페인 협력업체로부터 연간 약 69억 유로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며 관련 산업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 스페인 금융 위기 당시 "스페인의 유일한 안전 자산" 으로 불렸을 정도다.

더 나아가 자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 의류 소매업의 판도를 바꾸었다. 경쟁사들은 자라의 속도와 효율성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소비자들은 더 짧아진 패션 주기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익숙해졌다.

풀어진 실밥: 패스트 패션 제국의 비판들

그러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인디텍스와 자라가 개척한 패스트 패션 모델은 심각한 윤리적, 환경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 환경적 비용:
  • 폐기물과 과소비: 패스트 패션은 본질적으로 의류를 일회용품처럼 소비하도록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막대한 양의 섬유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매초 트럭 한 대 분량의 의류가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 재활용되어 새 옷으로 만들어지는 비율은 1% 미만 ). 자라는 연간 수억 벌의 옷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자원 고갈과 오염: 대량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소비되고 , 염색 과정에서의 수질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 섬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 이는 화석 연료 사용, 온실가스 배출, 그리고 세탁 과정에서의 미세 플라스틱 발생 및 해양 오염으로 이어진다. 인디텍스는 조사 대상 브랜드 중 합성 섬유 사용량이 많은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 노동 관행:
  • 착취와 열악한 노동 환경: 인디텍스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노동 착취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2011년 브라질 하청 공장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이동 제한 등 노예와 유사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을 일으켰고 , 당시 자라는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리려다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아르헨티나, 미얀마 등지에서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 중국 위구르족 강제 노동과의 연관성 의혹 , 최근 스웨덴 매장에서의 비인간적인 노동 조건(화장실 이용 시간 감시 등) 고발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임금 체불 문제도 제기되었다.
  • 디자인 모방:
  • 자라는 럭셔리 브랜드나 독립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빠르게 모방하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 이는 끊임없는 디자인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논란을 야기했다. 아티스트 튜즈데이 바센의 핀과 패치 디자인 도용 혐의 , 아미리(Amiri)의 청바지 디자인 소송 , 패션 블로거들의 사진 도용 의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 원작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침해하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윤리적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자라의 디자인을 쉬인(Shein)과 같은 더 빠른 '울트라 패스트 패션' 업체들이 모방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디텍스의 거대하고 복잡한 공급망은 속도와 효율성이라는 경쟁 우위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하청 및 재하청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노동 착취 문제를 완벽하게 감시하고 통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보고된 착취 사례들은 인디텍스가 발표하는 윤리 강령이나 감사 프로그램 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감독과 통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이는 방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패스트 패션 모델 자체의 시스템적 위험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노력? 인디텍스의 대응과 미래 전망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여 인디텍스는 지속가능성을 경영의 핵심 요소로 삼고 다양한 목표와 계획을 발표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지속가능성 목표 및 이니셔티브:
  • Join Life 프로그램: 보다 지속가능한 소재(유기농 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등)와 공정을 사용한 제품에 'Join Life' 라벨을 부착하여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보다 지속가능한' 것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 소재 전환 목표: 2025년까지 지속가능한 면, 린넨,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100% 사용 , 2030년까지 모든 직물 원료를 환경 영향이 적은 소재(재활용 섬유, 유기농/재생 농업 섬유, 차세대 섬유 등)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4년 기준, 사용 섬유의 73%가 저영향 섬유이며, 재활용 섬유 비율은 39%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 기후 변화 대응: 2040년까지 넷 제로(Net Zero) 달성 , 2030년까지 가치 사슬 전반의 배출량 50% 이상 감축 을 목표로 설정했다 (SBTi 승인 ). 자체 운영 시설에서는 2022년부터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협력업체에도 탈탄소 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 물 및 폐기물 관리: 2025년까지 공급망 물 사용량 25% 감축 목표. 2023년까지 고객 대상 일회용 플라스틱 제거 완료. 재사용 가능한 쇼핑백 사용 장려 및 종이 쇼핑백 판매 수익금 환경 프로젝트 기부.
  • 순환 경제: 의류 수선, 개인 간 재판매, 기부 등을 지원하는 '자라 프리오운드(Zara Pre-Owned)' 플랫폼을 2022년 영국에서 론칭하여 주요 시장으로 확대 중. 매장 내 의류 수거 프로그램 운영. 섬유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CIRC 등) 투자.
  • 노동자 권익: 2025년까지 공급망 내 300만 명의 노동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노동자 중심(Workers at the Centre)' 전략 추진 (사회적 대화, 생활 임금, 건강, 안전 등). 국제 노동조합(IndustriALL)과의 협력 강화.
  • 생물 다양성: 2030년까지 5백만 헥타르의 생태계를 보호, 복원, 재생하는 목표 설정.
  •  

표 2: 인디텍스 주요 지속가능성 목표 (2025-2040)

 
목표 연도
분야
구체적 목표
2025
소재
저영향 린넨 및 폴리에스터 100% 사용
2025
공급망 물 사용량 25% 감축 (2020년 대비)
2025
노동자
'노동자 중심' 전략 통해 공급망 내 300만 명에게 긍정적 영향
2025
순환성
'자라 프리오운드' 플랫폼 주요 시장 확대
2030
소재
100% 저영향 섬유 사용 (재활용 40%, 유기농/재생 25%, 차세대 25%, 기타 10%)
2030
기후
배출량 50% 이상 감축 (Scope 1, 2, 3 / 2018년 대비)
2030
생물다양성
5백만 헥타르 생태계 보호/복원/재생 기여
2040
기후
넷 제로(Net Zero) 달성 (최소 90% 배출량 감축)

 

  • 최종 평가: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유산은 부인할 수 없는 기업가적 성공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 그리고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으로 요약된다. 그는 패션 산업의 규칙을 다시 썼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으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그가 개척한 패스트 패션 산업은 심각한 환경 파괴와 노동 착취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이는 그의 유산에 대한 평가를 복잡하게 만든다. 인디텍스는 새로운 리더십 아래 야심 찬 지속가능성 목표를 제시하며 변화를 약속하고 있다 [표 3]. 하지만 보고된 진전(예: 저영향 섬유 사용률 증가 )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막대한 양의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진정한 지속가능성과 양립할 수 있는가? 인디텍스가 성장을 환경적, 사회적 피해와 분리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다. 결국, 패스트 패션의 미래와 그 유산에 대한 최종 평가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 있는 선택과 사회 전체의 책임 있는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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